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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연예톡톡]유재석 딜레마
엔터테인먼트| 2022-04-28 10:01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유재석이 데뷔이후 가장 큰 딜레마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후, 진행자인 유재석에게 입장을 발표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총리, 이재명 지사측의 출연 제의는 거절한 ‘유퀴즈’가 윤석열 당선인을 출연시킨 것은 어떤 논리에 의해서인지 설명해 달라는 것.

이들은 정치인이 출연하는 걸 유재석이 극도로 조심스러워한다는 점을 ‘유퀴즈’ 제작진으로부터 듣고 출연을 포기했다면서 유재석에게 그 이유를 묻고 있다. 하지만 유재석은 입장을 발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퀴즈’ 출연자 결정은 유재석이 하는 게 아니다. 유재석이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겠지만 최종 결정은 PD와 CJ ENM 제작진이 한다. 유재석에게 책임을 묻는 건 온당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소속사 안테나는 유재석을 보호한다며 악성 댓글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발빠른 대응이지만 오히려 악수가 됐다. 유재석에 대한 비난이 사그라들지 않고 기름을 부은 격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승자가 없는 프로젝트였다. 기존에 방송된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고, 특별히 재미있지도 않아 분량도 짧아졌다.

그렇다면 유재석은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지금은 대중에게 보여주고 있는 유재석의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91년 데뷔, 32년차 방송인 유재석은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존재다. 오래 방송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안티와 비호감적 요소도 생겼다. 그것은 대중이 준 권력을 새롭고 의미있는 것에 쓰지 않고, 제 식구 챙기기 등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놀면 뭐하니’에서 유산슬을 ‘부캐’ 삼아 트로트 가수에 도전했던 초기만 해도 사람들이 환호했다. 지금은 별 의미 없이 자기들끼리 해먹는 느낌이다. ‘런닝맨’ ‘식스센스’도 유재석과 관련해 어떤 계파가 있는 느낌이다.

‘유재석 장수예능’이라는 단어의 어감도 별로 좋지 않다. 그나마 괜찮은 것은 ‘플레이유’ 정도다. 유재석이 혼자 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도 들어올 수는 없지만 미션의 플레이어로 참가시켜 양자간 소통도 하면서 매주 새로움에 도전하니 보기가 좋다. 채팅창으로 접속된 시청자들과 ‘집단지성’ ‘집단지송’의 힘으로 유(you)와 유(劉)가 함께 한다.

유재석의 최대 강점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이다. 공감력의 천재, 소통력의 귀재는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에서 시작된다. 주변에서는 ‘굿 리스너’ 유재석의 이런 힘을 활용, 또는 이용하고 싶을 것이다.

만약 코로나가 없었다면 ‘유퀴즈’는 지금처럼 스튜디오가 아니라, 계속 길거리로 나갔을 것이다. 유재석이 낙원동에서 우연히 만난 상인, 춘천 근교에서 만난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 등과의 인터뷰(대화)가 3년간 쌓였다면 엄청난 콘텐츠가 됐을 것이다. 코로나가 완화되는 지금부터라도 밖으로 나가는 게 좋다.

그동안 유재석이 가진 힘을 김태호 PD가 균형 있게 만들어주었다. 김태호가 유재석을 견제했다기보다는 유재석의 힘을 콘텐츠화해버려 재밌게 소비됐다. 김태호가 빠져버리자 유재석이 혼자 쥐고흔드는 모양새다. 이것부터 해결하는게 유재석 딜레마 해법의 시작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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