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실적 회복 100대 기업 …현금만 쌓고 투자는 멈칫
뉴스종합| 2022-05-02 11:50

국내 대기업들이 코로나 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경영실적을 회복했지만, 현금을 대거 쌓아두고도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최근 본지가 보도한 지난해 민간기업현금보유가 1년새 16.5%가 증가했다는 내용과 유사한 흐름이다. 〈본지 4월 30일자 1·3면 참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일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코로나19 이전(2018~2019년 누계)과 이후(2020~2021년 누계) 실적을 비교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매출액(1666조5000억원)과 영업이익(130조원)은 각각 5.8%, 5.9%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비대면 수혜 기업을 제외한 98개 기업 매출도 1228조4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3.7% 늘었다. 영업이익도 60조8000억원으로 43.4% 증가한 수치다.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은 물론 더 개선된 실적에도 투자는 미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100대 기업 전체 투자액(149조2000억원)은 코로나19 이전보다 8.6% 늘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63조9000억원)을 제외하면 11.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기·전자(18.0%), 정보·통신(14.4%), 의약품(8.3%) 등 비대면 수혜를 누린 업종은 투자가 증가한 반면, 유통(-85.1%), 운수·창고(-23.7%), 음식료(-20.1%) 등 대면 관련 업종의 투자는 크게 위축됐다.

대신 기업들은 빚을 늘려가며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20~2021년 100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총 244조6000억원으로 투자(189조1000억원)) 및 배당·이자 등(59조5000억원)으로 지출한 현금 248조6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만으로 현금을 충당하지 못하자, 차입을 늘려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실제 2021년 말 기준 100대 기업의 총차입금은 2019년 말 대비 23.7조원(9.7%) 증가했다. 현금성자산도 총 104조1000억원으로 2019년 말 대비 16.6%(14조8000억원) 늘었다. 100대 기업의 순차입금은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보유 현금보다 빚이 더 많이 늘면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잘 헤쳐나가 적극적인 투자·고용에 나설 수 있도록, 선제적 세제지원·규제개혁으로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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