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주식양도세 폐지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주식양도세 전면 폐지를 놓고 신중론을 펼친 것이 발단이 됐다. 추 후보자는 “소액 투자자에 대한 추가 과세만 2년 정도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자 국내 주요 주식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윤 당선인의 공약과 정반대로 가는 게 아니냐”면서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개인투자자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양도세를 폐지하고 일정 수준의 증권거래세는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자본시장 세제를 놓고 윤 당선인과 추 후보자가 정반대의 방법론을 내세운 것이다.
반면 이튿날인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초고액 주식보유자를 제외한 개인투자자 대상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사실상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해 추 후보자는 인수위 브리핑에 참석해 “당분간 2년을 유예하는 것이고, 2년을 유예하게 되면 여전히 현행 시스템이 작동된다”면서 “거기에 대주주 주식양도세 부과 문제가 대두되는데 그 부분에 관해서도 현재 수준, 산정 범위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식양도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으로 선회한 것이다.
인수위 국정과제 발표로 주식양도세 폐지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최근 계속된 추 후보자의 신중한 발언들은 현재의 여소야대 국면과 세수 확보 등의 차원에서 현실적인 고민이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개정된 세법에 따라 신설된 금융투자소득세는 대주주가 아니어도 금융투자상품(주식·펀드·채권 등)으로 번 돈이 연 5000만원이 넘을 경우 20~2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법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데 주식양도세 폐지를 위해서는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불확실하다.
주식양도세 폐지가 ‘부자 감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여전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결국 근본적인 여건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주식양도세 폐지 논란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 소유자는 1384만명에 달한다. 910만명이었던 2020년 대비 50% 급증했다. ‘동학개미 1400만 시대’가 다가오면서 정치권도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윤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신년 첫 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동시에 방문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윤 당선인의 취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성가족부 폐지와 사병 월급 200만원 등 주요 공약들에 대한 후퇴 또는 파기 논란이 이어지고 있 다. 특히 주식양도세는 폐지 여부에 따라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윤 정부는 친시장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주요 인사들이 발언 하나에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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