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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이제 좋은 작품 아름답게 스며들고 싶어”
엔터테인먼트| 2022-05-21 14:09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27년간 배우생활을 해온 정준호(52)가 여전히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어부바’(감독 최종학)와 요즘 한창 방송되고 있는 MBC 토일드라마 ‘지금부터,쇼타임!’(극본 하윤아 연출 이형민·정상희 제작 삼화네트웍스)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가족끼리 볼만한 영화 ‘어부바’에서는 진한 부성애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귀신 공조 코믹 수사극 ‘지금부터 쇼타임’에서는 마술사 차차웅(박해진) 집안에서 대대로 모셔온 장군신 최검 역을 맡아 코미디 연기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하고 있다.

‘어부바’는 늦둥이 아들(이엘빈)과 철없는 동생(최대철) 그리고 자신의 분신 어부바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종범(정준호)의 찡하고 유쾌한 혈육 코미디이다. 큰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나 상업주류 영화가 아니라 저예산 가족극이다.

-‘어부바’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공감이 돼 선택했다. 그래서인지 연기할때 리얼함이 묻어나더라. ‘어부바’는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생소한 단어일 수 있지만 나이가 있는 분은 할머니나 엄마가 아이를 포대기로 업어주는 것을 봤거나, 자신들도 업혀본 사람들이다. 농사를 짓던 나의 부모님도 날 포대기로 업은 채로 일하신 적도 있다고 한다. ‘어부바’는 가족들이 훈훈하게 볼 수 있어 출연을 결정했다.

-세상을 살아보면서 직업의식, 배우철학도 바뀌었는가?

▶철학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보는 눈이 더 넓어졌다고 할까. 과거에는 상업영화의 제작비, 규모를 본다. 극장 개봉은 어느정도 할 건지. 작품 선택 기준이 흥행에 많이 치우쳐 있었다. 주연배우로 부담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

이번에는 큰 제작비 안들이고, 배우와 스태프가 기존 출연료에 비해 적은 돈을 받고, 영화가 좋아 열정으로 모였다. 영화가 잘되면 이익을 나누는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참가했다. 더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만들어보자는 마인드가 있었다.

세상에는 1등과 2등이 있고, 메이저와 마이너가 생기는데, 나이가 들면서 내려놓는 법도 알게됐다.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서 아름답게 스며들자고 생각한다. 나도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서 흔들릴 수도 있지만, 늦둥이 자식을 둔 아빠로서, 자극적인 것보다 아들과 훈훈하게 볼수 있는 영화라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늦둥이를 키우는 부분에서 특히 공감이 간다고 했는데, 총각일 때와 연기가 어떤 점이 달라졌나?

▶저는 아들은 9살, 딸이 4살이니 피부로 실감한다. 결혼하고 애만 낳으면 다되는 줄 알았는데, 잘 크는지, 학교에서 괴롭힘은 안당하는지 걱정이 많다. 애 가진 부모라면 다 아실 거다.

가정을 가져보니 한번 생각할 것도 두세번 생각하게 된다. 행동 하나하나 신중하게 된다. 총각때는 저지르고 보자 였다면, 지금은 완전 다르다. 아이가 살아가는데 있어 아빠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연기할 때도 엘빈에게 그런 생각을 가지고 대했다.

엘빈이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과 행동은 어른 같다. 나도 어린애 대하듯이 하지않고, 성인연기자 대하듯이 했다. 엘빈이 연기할 때도 스스럼 없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말할 상대는 아들밖에 없구나 하는 점을 연기할 때도 느꼈다.

-‘어부바’는 부산, 특히 영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오롯이 담아냈다.

▶부산 하면 주로 해운대, 광안리쪽을 자주 갔다. ‘어부바’는 자갈치 시장을 안고 있는 어부바호 포구, 영도의 흰여울 마을 앞 바닷가 등 부산의 리얼한 장소가 영화와 잘 어우러진다. 로케이션 장소를 찾느라 최종학 감독과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부산이 발전하기 전에 영도 바닷가에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처럼 긴 계단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아직도 60~70년대 모습이 있다. 부산 영도의 과거 모습과 최첨단 모습이 공존하는 영도를 가보면 부산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부산 하면 바다가 떠오르는데, 차를 타고 다닌 것과 구석구석을 걸어다닌 것은 완전히 다르다. 부산 갈매기가 영도 앞바다에 나는 모습을 보고, 걸어다니며 골목마다 생선, 음식 냄새와 한분 한분 표정을 보면서 부산의 향취를 맡아보면 더 잘 느낄 수 있다.

-부산 사투리로 연기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

▶내가 운영하는 회사의 본사가 부산에 있어, 토박이 직원에게 지도를 받았다. 부산사람도 서울말을 섞어 사용하는 게 유행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사투리로 연기하는 건 좀 어려웠다. 부산사투리가 감정을 표현할때 인간적인 면, 아픈 부분을 표현할때 좋다는 걸 느꼈다

-‘어부바’ 대본엔 어떤 매력이 있었는지

▶형제 이야기, 남자의 보이지 않는 묵직한 감성이 종범 캐릭터로 잘 묘사돼 있었다. 가장은 힘들어도 집에는 당당하고 씩씩한 아버지로 들어온다. 철없는 친동생을 지키고, 일찍 떠난 아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집안에서 아버지는 죽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요즘 활동이 왕성하다.

▶주변에서는 제2 전성기가 아니냐고 한다.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이상 자주 보여주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 작품을 위해 2~3년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작품을 많이 하는 것도 좋다. 어쩌다가 타석에 들어서면 잘 치기 어렵다. 여러번 나가야 홈런도 치고 안타도 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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