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영드라마 ‘내일’ 구련役 김희선
목숨 끊은 여인이 사람 살리는 저승사자로
연민의 모습·냉철 카리스마·속시원한 응징
섬세한 감정연기로 입체 캐릭터 완벽 소화
핑크 단발·붉은 아이섀도 화려한 변신도 화제
“저도 생명의 소중함·슬픔 위로법 배웠어요”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김희선이 지난 21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내일’에서 ‘420년 서사의 사람 살리는 저승사자’, ‘자살을 막는 위기관리팀장’ 구련으로 맹활약했다.
찔러서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철한 모습에서부터 자살 예정자들을 살리기 위해 카리스마와 연민을 오가는 입체적인 캐릭터의 변주를 보여주고 “나를 구할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구련의 전생 서사에서는 병자호란으로 포로로 잡혀갔다 돌아온 환향녀라는 이유로 비난 당하고 이로 인한 남편의 폭주를 막고자 자결하는 안타까운 여인의 모습을 깊이 있는 연기로 그려냈다.
한국전쟁 국가유공자, 반려견(콩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각 에피소드마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구련 캐릭터의 매력을 살려냈다. 때로는 피해자들 대신 가해자들에게 속 시원한 응징을 날리는 해결사로, 때로는 손목을 그은 피해자(초희)에게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공유하며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는 인간적인 면모로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게 했다.구련’이 있을 수 있었다.
김희선은 또 핑크색 단발 헤어스타일과 붉은 아이섀도 메이크업 등으로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을 시도해 화제를 일으켰다. 김희선은 작품마다 용감한 선택과 도전, 그리고 변신을 거듭하며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내일’ 종영 소감은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우리 주변만 돌아봐도 이런 저런 고민으로 힘든 친구들이 많지 않나? 그들을 위로할 드라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도 ‘내일’을 만났다. 분명 ‘내일’은 지금까지 했던 작품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내일’이 재미나 흥미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었는데, 그런 의미가 잘 전해진 거 같아서 좋다.
-작품을 통해 상대배우들과 친해졌는지(로운, 이수혁, 윤지온)
▶로운은 어리지만 성숙하다. 나이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어른스럽고 좋은 친구다. 이수혁은 시크한 것 같지만 섬세하고 자상하다. 주변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착한 친구다. 지온이는 자기 일에 너무 충실하다. 성실하고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좋은 후배다. 3명 모두 후배지만 배울 게 많은 친구들이다.
-핑크 머리 등 화제가 된 외모, 피부 관리와 주위의 반응은?
▶4일에 한 번씩 컬러염색과 헤어, 매니큐어를 반복했다. 지금은 머리카락이 많이 상해서 뚝뚝 끊어진다. 한동안 고생을 좀 할 것 같다. 하지만 구련을 표현하는데 충실 하려고 노력했고 주변에서도 다행히 생각보다 핑크 머리와 붉은 섀도가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나와 감사하다. 그동안 고생해준 스태프들에게 너무 고맙다. 원래 게으르다. 하하하.
외모관리가 진짜 어려운데 일단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했고, 먹고 싶은 음식 위주로 먹되 가능한 건강하게 먹으려 했다. 물도 틈나는 대로 많이 마시려고 노력했다. 특히 피부는 수분 보충에 주력하는데 그 방법으로 직접 만든 팩도 이용해 봤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촬영 중에 액션도 많고 야외씬도 많아서 촬영 틈틈이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6회에서 6.25 참전용사지만 독거노인의 삶을 사는 영천(전무송)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신이 지켜낸 나라니깐요’ 라는 구련의 대사이다. 영천과 같은 소중한 분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생명의 소중함, 힘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메시지와 용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촬영 후 이 드라마를 보면서 주위를 살피는 법, 아픔에 공감하는 법, 슬픔을 위로하는 법을 배운거 같다. 저에게도 많은 성장이 있었던 작품이다.
-작품을 선택한 계기
▶안타깝지만, 한국이 OECD 국가 중에 자살 사망률 1위라고 한다. 2019년에 자살한 사람이 1만 3000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봤다. 하루에 평균 37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선택한 첫 작품이었던거 같다. 어떤 결과에도 후회를 안할 거 같았다.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역할을 할수 있다면 할수 있을 때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웹툰 원작 캐릭터와 드라마 속 구련의 차별화,구련 캐릭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차별을 두려고 하지 않았다. 웹툰과 싱크로율을 맞추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게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구련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원작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아픔과 상처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는 내가 섣불리 바꾸려 한다면 현재를 살고 있는 구련이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더 원작 속 구련이나 드라마 속 구련이나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전작 ‘앨리스’에서는 입지 않았던 화려한 옷을 많이 입었는데, 구련이 전생에 한복만 입었기 때문에 저승사자일 때는 화려한 의상과 신발로 한을 풀었다. 그래서 웹툰과 비슷한 의상을 입으려고 제가 소장하는 것을 활용하거나 따로 개인적으로 구입했다.
-방송 후 주변 반응, 기억에 남는 댓글
▶가족, 주변 친구들이 좋은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말해줘서 힘이 되고 고맙다. 특히 딸이 재미있게 봐줘서 보람 있다. 기억에 남는 댓글은 ‘단 한사람 만이라도 내일을 통해 위로 받고 힘을 얻는다면, 이 드라마는 성공한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그 한사람이 저요’라고 써 있었다. 이 댓글이 정말 감동이었다. 이 드라마를 한 이유였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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