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국민 다수가 원하는…이재용 부회장 빠른 사면 필요” [人터뷰 -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뉴스종합| 2022-05-27 11:28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많은 국민이 사면에 찬성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도록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상섭 기자

“법조인으로서도,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으로서도 입장은 같습니다. 국민의 뜻에 반하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국민 70%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면을 찬성하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조속히 사면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신속하게 사면해 기업 경영의 정상화를 도모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의 준법경영을 감시하고자 설립된 외부 견제기구의 수장인 그가 국내외 경제상황과 국민여론을 고려해 사면의 필요성을 힘주어 언급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준법위 2기는 준법경영 혁신이 절박했던 1기와는 상황이 다르다. 1기의 성과를 넘어서 삼성의 최대 난제인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노동인권 문제 해결 등에서 초석을 다져야 한다. 향후 준법위가 국내 기업집단의 준법경영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위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이 부회장, 빠른 사면 필요해. 전담 재판부도 만들어야”=이찬희 위원장은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국민이 원하고 여야 정치권도 국가 경제발전에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면 빠른 시일 내에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경력이 풍부한 법조인(1998년 사법고시 합격 및 현 율촌 고문)과 현 준법위원장 동시의 자격으로 밝힌 것이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에 제일 먼저 달려간 것은 그만큼 경제가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글로벌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최대기업 총수의 발을 묶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전략 사업 분야에서 한국과의 기술동맹을 강조하면서 삼성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싸울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재판을 받느라 해외 출장도 제한되고 오너의 법적 리스크가 외국 기업들과의 계약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면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준법감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이 보장돼야 하고, 위원회의 역할도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경영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많은 국민이 원하는 사면인데 다른 정치적 목적과 연결돼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부분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사면에 대해 국민 70%가 찬성하는 배경에는 준법위 역할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삼성 이미지를 바꾸고 삼성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준법위가 역할을 다 해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사면과 더불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과 절차적 문제 등에 대한 해법도 함께 언급했다. 재판부가 필수적인 증인을 중심으로 집중심리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이찬희 위원장은 “재판을 일주일에 한 번씩 몇 년을 하는 건 말이 안된다”며 “전담 재판부를 만들어서 불필요한 증인들은 빼고 다음 재판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재판은 형이 확정돼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삼성전자-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와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분식회계 재판은 진행중이다. 사면은 확정된 판결만 가능하다.

이 위원장은 “확정된 판결에 대해 먼저 사면하고 진행 중인 재판을 빨리 진행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는 이 사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의 권한을 대승적 차원에서 발휘해줄 것을 당부했다.

재판은 매주 이어지고 있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문행사는 법원이 재판 불출석을 허가해 이 부회장이 직접 양국 정상을 현장에서 안내할 수 있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68.8%가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했다. 재계단체는 물론 500만 삼성전자 주주들 사이에서도 사면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삼성 지배구조 개선 “국민이 인정하고, 삼성이 수용하고, 반대쪽이 이해해야”=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은 수십년 간 삼성은 물론 정·재계, 학계,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해온 문제다. 준법위가 떠안은 숙제 중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을 그룹 지주사로 만들어 계열사를 지배하고 삼성물산을 오너일가가 지배하는 형태로 만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지배구조 전문가인 다니엘 오를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정치권의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에 따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도 매각해야 할 수 있다. 다만 보험업법 통과 가능성은 추후 관측이 필요하다.

방안은 여러가지다. 그러나 그동안 정계, 학계, 시민사회 등이 제안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들은 시행 이후 결과에 대한 예상보다는 지배구조 개선 방식 자체에만 몰두해왔다는 평가다. 이 위원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오너일가가)포기하는 것인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끝까지 제대로 살펴본 연구는 아직 없었다”면서 외국 투기자본의 지분 취득과 기업가치 하락, 국민들의 경제적 피해 등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칙은 ‘국민이 인정하고 삼성이 수용 가능하며 반대편(비판적인 시민단체)이 이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3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교집합을 찾아갈 것”이라며 “조건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면 다른 조건들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우선순위도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두개의 조건을 충족하는 안을 만드는 건 쉽지만 세가지를 모두 충족할 교집합을 찾는 건 매우 어렵다. 때문에 신중함이 필요하고 시간이 걸린다. 그는 “매듭을 묶는 것보다 푸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가장 쉽게 푸는 방법은 자르는 것인데 자르면 다시 쓸 수 없고 다시 쓰려면 풀어야 한다”고 했다.

준법위는 이를 위해 각 계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ESG소위를 중심으로 정례회의뿐 아니라 수시로 임시회의도 개최했다. 국회의원, 삼성 내 법무팀 사내변호사들은 물론 외부 단체인 한국사내변호사회 임원들과도 간담회를 가졌다. 이 위원장은 “정부, 기업, 시민사회, 법률가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 답을 얻을 것”이라며 “소통은 나를 낮추는 것이 제1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시절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들을 국회의원, 관련단체, 각계 인사들을 만나 해결하며 경험으로 체득했다.

당장 이달 말에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SDI 등 7개 관계사 준법감시인들과 만남을 갖고 내달 3일에는 7개사 최고경영진과의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찬희 위원장은 “상견례같은 만남보다는 현실적인 안건을 논의하자고 했다”며 “삼성 내외부가 동시에 힘을 맞춰 해결해야 하고 외부에서 과감한 제안을 하고 합리적 대안을 권고해 알을 깨야 한다”면서 취임사로 언급한 줄탁동시( 啄同時)라는 말을 다시 꺼냈다.

그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되 성과가 없다는 비난에 대한 면피 때문에 졸속으로 하지는 않겠다”며 “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노동소위, ‘노동인권소위’로 개칭…“노사 양측 만날 것”=노사 간 관계 개선도 준법위가 풀어야 할 과제다. ‘무노조 경영 폐기’ 선포 이후 최근 전국삼성전자노조를 비롯한 4개 노조 공동교섭단은 사측과 임금교섭에 실패하고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준법위는 이에 지난 17일 정기회의를 통해 권익환 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노동소위를 구성했다. 윤성혜 위원, 성인희 위원이 참여하며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이 위원장도 조정 등의 역할을 위해 위원으로 포함됐다.

이 위원장은 “노동소위로 출범했지만 최근 ‘노동인권소위’로 이름을 바꿨다”며 “노동인권은 한 쪽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노사, 노노 양쪽에 모두 해당되는 보편타당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사나 노노 모두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노사 양측은 물론 전문가 그룹을 만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위원회가 제안할 수 있는 권고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삼성 서초사옥 인근 인신공격성 현수막 문제를 언급한 그는 “전세계 어디서도 보지 못한 광경이고 국격의 문제”라며 “바이든 대통령 같은 외국 정상이 삼성을 방문하면 이미지도 실추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어떤 수고를 감수하더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준법위는 ‘법·경제’ 2인 3각 구령 외치는 기구, “이 부회장 독립성·지원 약속”=취임 100여 일을 맞은 이찬희 위원장이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경제는 법보다 훨씬 넓은 영역”이라는 것이었다.

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전임 김지형 위원장의 추천이 계기가 됐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개혁적이며 김 전 위원장보다 나이가 적어 이 부회장 체제 이후 젊어진 삼성과도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위원회 구성도 이 위원장보다 나이가 많은 위원과 젊은 위원을 각각 3명씩 초빙했고 남녀 성비도 3명씩 안배했다.

20여 년 관록의 법조인이지만 ‘지금까지 우물안 개구리였다’고 몸을 낮춘 그는 “경제는 이해관계 충돌이 좀 더 복잡다단하고 법과 함께 2인 3각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느끼고 배웠다”며 “법이 앞서도 안되고 경제가 앞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조를 맞춰야 성과를 거둘 수 있는데 호각을 부르고 구령을 붙이는 것이 준법위”라고 표현했다.

지난 1기의 경우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삼성의 준법경영 혁신을 주문하며 탄생했고 대국민 사과, 무노조 경영 폐기, 4세 승계 포기 등의 굵직한 성과를 이뤘다. 2기는 출범부터 필요성에 대한 대내외적인 의구심이 존재했고 1기의 성과와 비교되는 부담이 있었다.

이 위원장은 “2기는 1기가 이룬 무노조 경영 폐기 등의 성과 위에서 1기와 다른 걸 만들어야 하는 큰 부담을 가지고 출발했다”며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지만 최고경영진 결단으로 2기가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2기 출범은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컸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준법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는 기구라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이 부회장을 만나 위원회의 독립성과 지원을 약속받았고 향후 위원들과의 만남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만남을 통해 준법위에 대한 이 부회장의 생각을 확인했다”며 “위원회의 필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확신을 가졌고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1기보다 자주 이 부회장과도 지속적으로 만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기 위원회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해서만 달리지는 않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건물을 쉽게 지으면 쉽게 무너진다. 잘 지은 사찰은 수천년이 지나도 초석은 남아있다”며 “ ‘제도 도입은 신중하게, 도입 후엔 철저하게’란 원칙을 가지고 2기에서 초석을 잘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권남근 산업부장

정리=문영규 기자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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