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만기 50년’ 주담대 확산…집값 떨어지면 오히려 리스크 ↑
뉴스종합| 2022-05-30 10:14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만기 40~50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중장기 집값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집값 상승시 리스크는 하락하지만, 집값 하락시 리스크가 기존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 이어 보험사까지 앞다퉈 40년 만기 주담대를 도입하고 있다. 기존에는 만기가 30년이었는데 10년 늘어난 것이다.

금융당국도 오는 8월부터 보금자리론 등 정책 주담대의 만기를 50년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최장 40년이다.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주담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는데, 이는 차주가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원금을 30년 동안 나눠 갚다가 40년 동안 나눠 갚는 것으로 바뀌게 되면 매년 갚아야 하는 원금이 줄어들어, 그만큼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서울의 한 은행에 설치된 대출 관련 안내 현수막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

일각에서는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을 안고 가는 기간이 길어져 전체 이자부담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지만 이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 집에서 수십년 계속 사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10년 이내에 이사 혹은 갈아타기를 하면서 주담대를 갚기 때문에, 같은 대출을 받더라도 오히려 원리금 부담이 줄어든다고 볼 수도 있다.

9억원 아파트 구입을 위해 3억원을 금리 4%, 만기 30년(원리금균등분할상환)으로 대출할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1719만원이다. 10년 후 이 집을 같은 값에 팔고 다른 집으로 이사간다고 하면 10년간 1억7190만원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조건에서 만기가 40년으로 늘어나면 연간 상환액은 1505만원으로 줄고 10년간 1억505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매년 상환 원리금이 12.5% 가량 낮아지고, 그만큼을 매도 시점에 집을 판 대금으로 내면 된다.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른다 기대하면 매년 부담을 낮추면서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길이다.

문제는 집값이 안 오를 때다. 손해 보고 팔겠다 마음먹지 않는 이상, 대출을 계속 끌고 가야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과 위험이 만기가 짧을 때보다 높아진다. 만기가 늘어난만큼 대출 한도를 늘려받는다면 더욱 그렇다. 심할 경우 은퇴 후 소득이 없는데 집값을 갚아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중장기 집값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만기를 늘려주는 것이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이 될 수도, 오히려 높이는 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대출 만기를 늘려주겠다는 것은 집값이 오를 거라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집값 하락은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123RF]

집값 중장기 전망은 엇갈린다. 금리 상승으로 전반적이 자산 가격이 조정받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거란 지적이 있다. 인구가 많은 2차 베이비부머(1965~74년생)의 주택 마련기가 끝나고 이후 세대는 점차 인구가 감소한다는 점은 장기적 측면의 주택 하방 압력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 하락 시 서울보다 지방이, 고가보다 저가 주택의 가격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며 “50년 만기로 대출해주는 보금자리론은 중저가 주택이 대상이기 때문에 집값 하락에 따른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과 인구 고령화로 서울 집값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윤석열 정부의 담보인정비율(LTV) 상향조정(규제완화)은 서울지역 아파트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반면 지방 아파트의 자산가치는 하락시킨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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