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량차주 중심 연장 권유
금리, 규제로 대출 늘리기 어려워
은행권, 10년 만기 상품·우대금리 제공
[연합]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이달 1억원 상당의 신용대출 만기가 예정된 직장인 A씨는 신용대출 연장을 권유하는 은행의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여윳돈으로 대출을 상환하려고 했지만 은행은 “만약 상환을 진행하고 나중에 신규로 상품을 가입할 경우 지금과 같은 한도와 금리는 다시 받기 어렵다”고 설득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우량차주를 중심으로 신용대출 연장을 권유하고 있다. 높아진 금리와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 1월부터 5개월째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1조615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3302억원 줄었다. 감소폭을 보면 4월 말(8020억원)보다도 커졌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1조7993억원으로 전월 대비 약 0.5%(6613억원) 줄었다. 지난달 전체 가계대출 감소폭의 약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지난 연말 대비해선 5.55%(7조7579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가계대출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소득의 일정 비중(1금융권 40%, 2금융권 50%)을 넘지 못하게 하는 개인별 DSR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이 규제가 1억원 초과 대출자로 확대 적용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도가 제한되는 DSR 규제가 대출 규모 감소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달 DSR 규제가 강화될 경우 신규 대출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취급하는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은행들은 우량차주를 중심으로 연장 권유를 하고 있는 셈이다. 대출 연장의 경우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차주의 소득이나 직장이 대출 당시와 동일할 경우 한도 등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규제가 동시에 적용돼 대출 수요 측면에서 은행 상황이 좋지는 않다”면서 “이럴 때는 우량차주의 매력이 배가돼, 이들을 가져가기 위해 각 영업점에서는 우대금리 등 별도 혜택을 제공하며 연장 등을 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공행진 하고 있는 금리도 신규·연장 대출 수요를 모두 줄이는 복병이다. 신규 대출자들은 금리가 높아 대출을 꺼려하고, 상환여력이 있는 차주들은 높아진 이자가 부담돼 대출 상환을 원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은행권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전월보다 0.16%포인트 오른 5.62%로 집계됐다. 2014년 6월(5.62%)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3차례 인상한 한국은행이 추가 인상도 고려하고 있는 만큼, 대출 금리도 상향될 확률이 높다.
각 은행들은 대출 감소세를 막기 위해 연장 권유와 함께 신용대출 유치 경쟁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10년 만기 상품 출시, 우대금리 제공 등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은 올 4월부터 차례로 10년 만기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판매하고 있다.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도 이달 2일부터 신용대출 상품 대출 기간을 최장 10년으로 늘렸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신규 신용대출 고객에 우대금리 0.3%포인트를 제공한다. 농협은행은 올 3월부터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0.3%포인트 올린 바 있다.
nature68@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