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여보 적금 언제 들지?"…자고 나면 뛰는 금리, 예·적금도 눈치싸움
뉴스종합| 2022-06-07 18:00
앞으로 수 개월간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미국까지 빅 스텝(한꺼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두세 차례 더 밟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 수신금리도 연말까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한 은행에 설치된 대출 관련 안내 현수막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대출만큼이나 예적금 상품도 가입 시점을 놓고 눈치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기준 금리가 올라갈 때마다 곧장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 만큼 당장 가입하기 보다는 시기를 조율중인 투자자들이 그많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기성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아예 초장기 신종자본증권이 WM센터를 중심으로 수천억원씨 팔려나가고 있다.

예·적금도 방망이를 짧게 잡아라?…“자동 재예치가 솔로몬의 선택”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수신 상품 금리를 최대 0.25~0.40%포인트(p)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발빠른 행보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예대금리차 폭리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준 금리 인상 당일이나 다음날 즉각적으로 금리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기존 수신 상품의 금리가 상향 조정되면서 특판 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판상품이라는게 고객들을 모으기 위한 일종의 미끼상품인데, 금리인상기인만큼 가만히 있어도 예·적금에 고객들이 알아서 몰려온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정기예적금 잔액은 716조5000억원을 돌파, 전월 말보다 19조원 이상 급증한 상태다. 은행들이 특판 상품에 주춤하는 사이 저축은행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특판을 내세우는 정도다.

특히, 향후에도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타이밍 고민도 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를 잡기 위해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 2.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영업점에 예적금을 가입하러 왔다가 추가 금리인상 전망을 듣고 발길을 돌리거나, 3개월 단위 만기가 짧은 상품을 택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오히려 예적금 가입을 망설이는 경우가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리가 최고조로 오를때 까지 기다리다가 오히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칠 수 있는 만큼 단기로라도 자금을 묶어놓는 것이 재테크 측면에서는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오경석 신한은행 신한PWM태평로센터 PB팀장은 “매월 자금을 넣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비교적 고민이 덜한 적금과 달리 한번에 예치되는 예금은 매일 금리가 오르는 현 상황에서 고객들의 고민이 큰 편”이라며 “3개월 단위로 자금을 예치하되, 은행에 자동 재예치되도록 해 금리인상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매력 떨어진 회사채…신종자본증권은 수천억원씩 팔려나가

금리인상으로 수혜를 입은 예적금과 달리 인기가 사라진 상품도 있다. 바로 채권, 그 가운데에서도 회사채가 그렇다. 한때 고금리로 인기를 끌었으나 경기둔화 위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권가격 하락이 매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그나마, 채권 투자를 할 경우 일반 회사채보다 국채가 각광받는 형국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채권가격이 내려갈 수 있는 만큼 회사채 투자보다는 높은 이자수익을 노릴 수 있는 국채 투자가 상대적으로 좋은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 국채는 한미금리 역전 가능성, 달러강세 등이 추가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기보다는 단기와 장기 위주로 고객들의 포트폴리오가 재편된 점도 특징이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은 최근 들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로 꼽힌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되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상품을 말한다.

또 예적금보다 금리가 두배 가량 높은데다 보통 3개월 단위로 이자를 지급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고 금융소득을 연도별로 분산시킬 수 있다. 시중은행에서 예적금을 가입하기 위해서는 자동이체 등 우대요건을 충족해야하는데, 이런 부담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통상 천억원대 단위로 리테일 시장에 풀리는데 그리 오래가지 않아 물량이 소화된다”며 “만기가 길지만, 장기 자금을 위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편입하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에도 하나금융지주가 발행하는 제 11회 신종자본증권 판매가 주요 은행 리테일 채널에서 앞두고 있다. 표면금리는 4.55%로 발행일은 10일이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은 각 400~500억원 수준을 리테일 자금으로 확보했다.

오경석 팀장은 “금리 상승기이긴 하지만 가계부채 부담 등을 고려하면 1~2년 후에는 이같은 상승세가 멈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신종자본증권이 금리 메리트가 높아보이지 않지만, 장기로 투자할 경우 4%대 중반을 주는 신종자본증권의 매력도가 훼손됐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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