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부영업에 적극적
“지방에 오피스 만들어달라” 요청하기도
실적 개선 톡톡
[헤럴드경제=서정은·박자연 기자] 금융사들이 수많은 당근을 뿌려가며 영입한 씨티은행 PB들이 월급 값을 해내고 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일인당 수백억원씩을 가져온 덕에 실적 기여는 물론이고 기존에 느슨해졌던 금융사 영업에 ‘메기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융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씨티은행 PB 영입전을 벌였다. 씨티은행이 지난해 소비자금융 철수를 결정하면서 고객들의 자산이동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고액 연봉 및 성과급, 정규직 전환 등을 내걸며 이들을 영입했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등 사별로 적게는 3명부터 많게는 20~30명까지 PB들을 영입한 상태다.
씨티은행 출신들이 흩어진지 약 6개월. 상반기가 끝나가는 시점, 금융사들이 내린 중간 평가는 ‘이정도면 만족’이다. 씨티은행 PB들이 자산을 그대로 들고온 덕에 실적 자체가 끌어올려졌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씨티은행이 PB사업을 오래해왔기 때문에 고객들과도 관계가 두터운 편”이라며 “평균적으로 PB 1인당 수백억원씩 자금을 가져오기 때문에 실적을 챙겨야하는 지점장들은 매우 좋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점이 많지 않은 외국계 은행 특성상 외부영업을 많이 한 덕에 기존 PB들에게 메기효과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씨티은행 PB들은 서울에서 근무하면서도 지방에 있는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자주 출장을 떠난다. 좀 더 효율적인 고객 관리를 위해 지방에 오피스 등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존 시중은행들은 넓은 점포, 두터운 고객층을 가지고 있으니 외부 영업에 대한 필요성을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씨티은행 PB들은 이런 점에서 영업 분위기를 쇄신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내부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크다. 씨티은행의 경우 자산관리 영업이 그간 공모펀드 위주로 편성돼있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에서는 그동안 신탁, 구조화상품 등 다양한 영업을 해온 만큼 이들 상품에 대한 영업스킬을 쌓아야한다는 얘기다. 다만 씨티은행이 포트폴리오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영업방식에 안착하기까지는 시일이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라는게 관측이다.
이따금씩 고객들에게 PB가 복수로 배정돼 이에 대한 조율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통상 외국계 은행을 거래하는 고객들은 국내 은행도 함께 이용하는데, 씨티은행 PB가 국내 은행으로 이직하면서 고객에게 졸지에 담당 PB가 두명으로 배정돼서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은 고객이 PB를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씨티 출신을 영입한 지점과 아닌 지점의 실적 차이가 벌어진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상반기 성과에서 순위가 뒤집히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영업점장들에게 상반기 성과는 어쩔 수 없지만, 하반기 지점 실적에 인재 영입을 통한 일시적 효과를 반영해 평가하겠다는 얘기를 전달했다”며 “이런 불만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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