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오연주의 현장에서] 고물가 속 근심 깊어진 대형마트
뉴스종합| 2022-06-27 11:21

인플레이션으로 ‘밥상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장포족(장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입에 오르내린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만 활용해 끼니를 해결하는 ‘냉장고 파먹기(냉파)’ 같은 알뜰 트렌드가 다시 떠오르는가 싶더니 이제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탕비실의 간식과 커피 등으로 지출을 아끼는 ‘탕비실 파먹기’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체감하는 식품물가는 하루가 다른 느낌이다. 한국은행이 이달 발간한 ‘최근 애그플레이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등 밥상물가는 2011년 4월과 같은 과거 급등기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고 한다. 특히나 걱정되는 것은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에 국제 식량 가격 상승세가 반영되면서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여파는 수요가 비탄력적인 생필품에는 영향을 덜 미친다고 하지만 요즘 분위기를 보면 아예 장보기 자체를 꺼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단계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니 유통가의 걱정도 커지게 마련이다. 소비패턴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명품 매장 앞 ‘오픈런’은 지금도 벌어지지만 보통 서민은 고공 행진하는 식품물가 앞에서 ‘안 먹고 말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 통에 3만원 가까이 하는 수박, 한근(600g)에 2만원이 넘는 삼겹살 앞에서 한번 참고 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객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실적 상승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소비심리 위축이 벌어지면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특히나 걱정이 커진 곳이 바로 대형 마트다.

편의점만 해도 리오프닝으로 인한 회복세와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들까지 늘면서 오히려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편의점이 유통 채널 가운데 가격 저항이 덜하다는 점도 지금 상황에서는 이점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늘어난 근거리 장보기족은 편의점에서 ‘1+1’ 상품이나 소포장 식재료들로 알뜰 장보기에 나선다. 이미 오프라인 유통 비중에서 편의점은 대형 마트를 넘어섰다.

대형 마트는 인플레이션에 앞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형 마트 월 2회 의무 휴업 등의 영업 규제는 2012년 첫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생필품 채널임에도 인플레이션 수혜를 못 보는 것은 그간 유통환경 급변으로 e-커머스와 경쟁이 격화된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소비자 67.8%는 대형 마트 영업 규제에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형 마트 의무 휴업일 때도 전통시장에 가는 것보다 식자재마트와 온라인쇼핑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규제 완화 공감대에도 국회를 거쳐야 하는 규제 법안은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렵다. 최근 물가잡기 마케팅에 나서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형 마트가 일단은 이번 인플레이션이라도 잘 넘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o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