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러시아, 104년만에 디폴트 빠졌다
뉴스종합| 2022-06-27 11:21

러시아가 104년 만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초고강도 제재의 여파로 국채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가 1억달러(약 1293억원) 규모의 외화표시 국채 이자를 전날까지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디폴트 상황에 이르렀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이자의 원래 지급일은 지난달 27일이었으나, 이날 디폴트까지 30일간 유예기간이 적용됐다.

러시아 정부는 국제 예탁 결제 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유로화(貨)로 보냈고, 유로클리어가 개별 투자자의 계좌에 입금함으로써 상환 의무를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서방 국가들의 제재로 인해 돈을 받지 못했다. 앞서 유로클리어는 서방 제재로 러시아 국가예탁결제원(NSD)의 유로클리어 계좌와 자산이 동결돼 러시아의 금융상품 거래 청산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채무 불이행은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 재무부, 중앙은행, 국부펀드와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지난달 25일까지는 투자자가 러시아로부터 국채 원리금이나 주식 배당금은 받을 수 있게 했지만 이후 유예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디폴트는 1918년 볼셰비키 혁명 당시 혁명 주도 세력인 볼셰비키가 차르(황제) 체제의 부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한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는 1998년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을 선언한 적이 있지만, 당시엔 외채가 아닌 루블화 표시 국채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러시아 정부의 공식 디폴트 선언은 없을 전망이다. 이런 경우 보통 주요 신용평가사가 채무 불이행 여부를 판단하지만, 서방 제재로 이미 러시아에서 철수한 상황인 만큼 신용평가사가 러시아의 국채를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채권 증서에 따르면 미수 채권 보유자의 25%가 동의하면 디폴트가 발생한다.

러시아가 이미 제재로 국제 금융 체계에서 고립된 점을 고려하면 선언은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기우치 다카히데(木內登英) 노무라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채무 불이행 선언은 상징적”이라며 “러시아 정부는 이미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없고 대부분 국가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