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한국 ‘급소’ 찌른 일본이었는데…3년 만에 손잡고 관계 회복? [비즈360]
뉴스종합| 2022-07-02 09:01
지난 2019년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제28회 한일재계회의에서 전국경제연연합회와 일본 게이단렌 관계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2019년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하면서 사실상 한국 산업의 ‘급소’를 찔렀다.이에 대한 반발로 한국에서는 일본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며 양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3년이 지난 지금 한일 경제 관계가 다시 해빙 무드로 전환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양국 교류가 더 어려웠던 점도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그 사이 일본 수입 의존도를 낮추며 소재·부품·장비 부문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가운데 양국 경제단체간 만남이 재개되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공동으로 나서는 등 경제 부문에서의 한일 관계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경련-게이단렌
3년만에 한일재계회의 개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일본의 기업인 단체 ‘게이단렌’(經團連)과 오는 4일 서울에서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한다. 회의 장소는 여의도의 전경련 회관이며, 양국 경제계 인사 20여명이 참석한다. 회의는 개회식에 이어 ▷한일 경제 동향 및 전망 ▷지속가능사회 실현을 위한 한일 협력 ▷새로운 세계 질서와 국제 관계 등 3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공동성명서도 채택될 예정이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1982년 양국 경제계의 상호 이해 증진과 친목 도모를 위해 이 회의를 만들었으며, 이듬해인 1983년부터 정례적으로 개최해왔다. 2020년과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탓에 열리지 않아 이번 회의는 3년 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앞서 한일 양국 경제인들은 지난 5월에도 서울 중구 롯데호텔과 일본 도쿄 호텔오쿠라에서 화상으로 제54회 한일경제인회의를 열고 한일 경제협력 확대와 양국 정부 간 대화를 촉구했다. 서울과 도쿄를 잇는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의 운항도 지난달 말부터 재개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운항이 중단된 지 2년 3개월 만이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한일 양국 교류의 상징으로, 이번 운항 재개로 양국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SK-쇼와덴코
북미 반도체시장 동반진출 추진
이용욱(왼쪽) SK㈜ 머티리얼즈 사장과 야마마스 쇼와덴코 정보전자화학품 사업부 사업총괄이 '반도체 소재 북미 동반 진출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SK㈜ 머티리얼즈 제공]

지난달 29일 SK그룹의 소재전문회사인 SK㈜머티리얼즈는 이날 일본 종합소재기업 쇼와덴코와 반도체 소재 북미 동반 진출 검토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MOU 체결에 따라 양사는 우선 미국 반도체 소재 시장에 대한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소재사업은 각국이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전략 자산화하는 대표 분야로 꼽힌다. 그만큼 외국 기업 간 정보공유나 협업이 쉽지 않은 분야기도 하다. 쇼와덴코는 불소계 특수가스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북미, 유럽, 중국 등 글로벌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세정·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 글로벌 1위 업체다.

SK㈜머티리얼즈와 쇼와덴코는 2017년 경북 영주에 합작법인 SK쇼와덴코를 설립했으며 현재 3D낸드용 식각가스(모노플루오르메탄·CH3F)를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양사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차세대 필수 식각가스(브로민화수소,HBr) 공장도 7월에 준공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
민간 日외교관 행보 ‘종횡무진’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민간 외교활동이 이번 MOU 체결과 양국 관계 개선 무드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는 단순 사업협력을 넘어 일본 사회와 민간 차원 교류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최 회장 주도로 2019년부터 개최 중인 ‘도쿄포럼’이 대표적 사례다. 도쿄포럼에서는 매년 한일 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지식인, 기업인이 모여 동아시아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왔다.

최 회장은 또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해 미무라 아키오일본 상의회장 등을 만나 양국 경제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특히 올해 11월 부산에서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를 여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 시마다 아키라 NTT 사장, 사토 야스히로 전 미즈호그룹 회장 등을 잇달아 만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분야의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한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도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일본 진출 기회 확대를 위한 ‘2022 GP(글로벌 파트너링) JAPAN·OSAKA’ 행사를 개최한다.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은 코트라 해외무역관이 해외 글로벌 바이어와 국내 소부장 기업을 연결해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 진입을 지원하는 것이다.

코트라는 일본 공작기계 시장이 확대되고 디지털 전환과 탈탄소 움직임이 가속화됨에 따라 산업·건설 기계용 주단조품, 전동화(미래 모빌리티, 공장 자동화), 전력 기자재 등에 대한 신규 수요를 포착해 이번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공작기계공업회에 따르면 일본의 공작기계 수주는 19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5월 공작기계 수주는 작년 동월 대비 23.7% 늘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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