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물·유지·설탕은 2~7% 하락
육류·유제품은 여전히 강세
하락폭 적어 수입가 부담 여전
[헤럴드경제]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급등했던 글로벌 식량가격이 석달 째 하락세를 보이면서 에그플레이션(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내려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하락폭이 크지 않은데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계 역시 이미 9~10월 물량까지 확보한 상황이다 보니 당분간 수입가 인상에 따른 부담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3% 하락한 154.2포인트였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159.7포인트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후 4월 158.4포인트, 5월 157.9포인트로 내려간 뒤 지난 달에도 더 하락하는 등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1월(135.6포인트)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밥상 물가 부담은 여전할 전망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품목별로 보면 곡물과 유지류, 설탕 가격지수는 하락했으나 육류와 유제품 가격지수는 상승했다.
지난달 곡물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4.1% 하락한 166.3포인트였다. 북반구에서 밀 수확이 시작된데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옥수수 수확이 진행되면서 공급 확대에 따른 밀과 옥수수 가격이 하락했다. 다만 쌀은 인디카 및 바스마티 쌀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유지류는 전월 대비 7.6% 하락한 211.8포인트를 기록했다. 공급량 증가에 따라 팜유 가격이 내렸고 수입 수요 억제로 인해 해바라기씨유와 대두유 가격도 하락했다.
설탕도 전월보다 2.6% 하락한 117.3포인트였다. 수요 감소와 에탄올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반면 육류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1.7% 상승한 124.7포인트로 집계됐다. 모든 육류의 가격이 상승했는데, 특히 가금육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북반구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등의 영향으로 공급 장애기 지속되면서 크게 올랐다.
유제품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4.1% 상승한 149.8포인트를 나타냈다. 유럽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생산량이 줄어 치즈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분유와 버터 가격도 수요 증가로 인해 올랐다.
서울 농협 하나로 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박해묵 기자] |
FAO는 또 2022∼2023년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7억9150만t으로 2020∼2021년도 대비 0.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세계 곡물 소비량은 0.1% 감소한 27억9740만t으로 추산됐다.
국내 제분·사료 등 식량 관련업계는 9∼10월 사용 물량까지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추가 물량도 확보하는 중이다. 이에 단기적으로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수입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FAO는 지난 1996년 이후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해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별로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집계해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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