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우크라 최대부호, 反부패 발맞추기
뉴스종합| 2022-07-12 11:13
우크라이나 최대 부호인 리나트 아흐메토프 시스템캐피털매니지먼트(SCM) 회장은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디어 사업 자회사인 미디어그룹우크라이나(MGU)가 20년 넘게 진행한 방송·출판 사업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EPA]

우크라이나 최대 부호인 리나트 아흐메토프 시스템캐피털매니지먼트(SCM) 회장은 11일(현지시간) 미디어 부문 자회사인 ‘미디어그룹우크라이나(MGU)’가 방송·출판 관련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부패 연루 사례가 많은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집권 연정이 지난해 채택한 이른바 ‘탈(脫)올리가르히화’ 법을 지키기 위해서다.

미디어 사업에만 20여년간 15억달러(약 1조9710억원)를 투자한 아흐메토프 회장으로선 전쟁 와중에 서방의 지원을 얻고자 반(反)부패 드라이브를 거는 젤렌스키 정부에 주파수를 맞추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블룸버그는 아흐메토프 회장이 올리가르히로 취급받는 걸 피하려고 미디어 사업권을 정부에 넘기는 거라고 썼다.

아흐메토프 회장은 이날 SCM을 통해 낸 성명에서 “이번주 미디어그룹우크라이나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지상파·위성방송 채널과 인쇄 매체 허가권을 포기한다”며 “MGU의 온라인 미디어 운영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MGU는 ‘우크라이나 24’, ‘풋볼 1/2/3’ 등 시청률 상위에 있는 채널을 포함해 10여개 방송과 출판 사업을 해왔다. 그는 미디어 사업을 그만두는 걸 ‘비자발적 결정’이라고 했다. 아흐메토프 회장은 “이 결정은 공공생활에서 상당한 경제·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올리가르히 관련 국가안보 위협 방지에 대한 우크라이나 법률의 발효로 인해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탈올리가르히화’ 법을 언급한 것이다. 이 법은 올리가르히를 등록하고 이들의 정치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디어 자산 소유권 제한도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라고 외신은 전했다.

아흐메토프 회장은 “우크라이나 경제에서 가장 큰 개인 투자자인 나는 올리가르히가 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반복해서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에 6개월 내 미디어 자산을 매각하라고 돼 있는 데다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SCM이 미디어 사업을 시장 조건으로 매각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아흐메토프 회장은 “2000년 시작해 20년 넘는 기간 동안 15억달러 이상 투자했지만 가장 가치있는 투자는 4000명의 기자와 미디어 팀 직원에 대한 투자였다”고 했다. 또 “이들이 훌륭하게 일한 덕분에 우크라이나24가 시청률 상위에 오르고 수백만명의 축구팬이 우리 축구채널을 보기 위해 TV 앞에 모였다. 그래서 미디어 사업을 그만두는 결정은 내게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아흐메토프 회장은 현재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출신이다. SCM의 주력사업은 광산 ·제철 부문으로 관련 자산의 대부분이 러시아 점령지에 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자산이 10조원 가량 사라졌어도 전쟁 승리를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지난 3월 우크라이나포브스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인물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흐메토프 회장의 결정을 반겼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성숙한 국가의 주요 특징은 법을 집행할 의무”라며 “탈올리가르히화법은 국가와 기업 관계에서 새로운 페이지의 시작이다. 투명성과 밀실거부(backroom rejection)에 기반한 관계”라고 했다. 이어 “SCM의 값진 사례가 생겼다. 모두를 위한 하나의 법”이라고 덧붙였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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