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유럽에서 번지는 ‘횡재세’... 스페인 은행·에너지 기업에 “세금 더 내라”
뉴스종합| 2022-07-13 09:38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스페인 의회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에너지 가격 급등 등 전세계적인 고물가에 유럽을 중심으로 은행과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Windfall tax·초과이윤세)’를 도입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석유, 가스 가격이 뛰어 관련 기업들이 뜻 밖에 ‘횡재’를 맞게 됐으니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주장이 각국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이날 은행과 에너지 기업에 2023~24년 2년 간 한시로 초과이윤세를 부과해 모두 70억 유로(9조 1755억원)를 거둬들이겠다고 밝혔다.

좌파 연합 정부를 이끌고 있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정부는 금리 인상으로 이미 이익을 보기 시작한 거대 은행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초과 이윤에 대해 과세를 강화함으로써 전력 유틸리티 부문 기업들로부터 연간 20억 유로, 금융기관들로부터 연간 15억 유로씩 세수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 각국 정부가 물가 상승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자금을 강구하고 있는 신호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석했다.

산체스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스페인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언급하며, 인플레이션은 “우리 모두를, 특히 가장 취약한 집단을 가난하게 만드는 우리 경제의 심각한 병”이라고 비유했다.

스페인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5월 8.5%, 6월 10%를 각각 기록하며 37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스페인 정부는 ‘횡재세’로 인한 세수 증가분을 수도 마드리드에 공공주택 1만 2000호 건설, 9~12월에 국영철도 무임 승차권 발급, 16세 이상 장학생 대상 월 100유로씩 추가 장학금 지급 등에 필요한 재원으로 쓸 계획이다.

스페인 뿐 아니라 영국도 ‘횡재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전날 영국 하원은 기록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석유와 가스 기업들에 대해 25%의 ‘에너지 이익부담금(Energy Profit Levy)’을 매기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영국 집권 보수당이 처음 제안한 이 과세 방안은 2025년까지 한시 적용한다. 상원 검토와 승인만 남겨뒀다. 영국 정부는 이번 법안으로 세금이 1년에 50억 파운드(약 7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헝가리도 지난 5월에 스페인과 유사한 조치를 도입했으며, 폴란드는 2016년부터 은행 자산에 대해 과세 중이다.

하지만 과세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포퓰리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경제 전문가들도 경기침체 공포 속에서 이런 과세 방식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스페인은행협회(AEB)의 호세 루이스 마르티네스 대변인은 로이터에 “유럽 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반드시 은행 수익성 개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은행의 엄청난 이익으로 이어진다기 보다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대응과 경제 활동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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