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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일의 현장에서] 소비자 편익 생각한 ‘중간요금제’ 돼야
뉴스종합| 2022-07-13 11:11

초미의 관심사였던 ‘5G 중간요금제’가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줄곧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강조해왔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만이다.

그동안 수십 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쓰지도 못하고 매달 버려야 했던 소비자들로선 크게 반길 일이지만 반응은 엇갈린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새 정부 공약에 억지로 맞춘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 “정말 ‘중간’요금제가 맞긴 한 것인가”라며 실망스러운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SK텔레콤이 정부에 제출한 중간요금제 신청서를 보면 ‘월 5만9000원에 기본데이터 24GB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KT와 LG유플러스도 8월 중 이에 준하는 중간요금제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통신 3사의 5G 요금제 구조는 그야말로 ‘중간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 달에 데이터 10~12GB를 쓰는 소비자라면 5만5000원 요금제를 가입하면 된다. 문제는 그다음 구간이 110~150GB(6만9000원·7만5000원)로 껑충 뛴다는 점이다. 12~110GB 구간에 해당하는 요금제는 없다. 만약 한 달에 15GB 정도 쓰는 소비자라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고가 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집계한 5G 이용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한 달에 26.8GB다. 이들은 결국 약 80GB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쓰지도 못하고 매달 버리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통신업계는 10GB와 110GB 요금제 사이에 24GB 요금제를 신설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달래보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24GB를 10GB와 110GB의 진짜 ‘중간’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통신업계가 국민의 통신비 부담 완화를 내건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발빠르게 새로운 5G 요금제를 제시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통신사가 내놓은 중간요금제가 실제 도입되더라도 한 달에 25~100GB의 데이터를 쓰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선택권이 제한된다. 월평균 40GB가량 쓰는 소비자는 선택의 여지없이 더 비싼 110GB 요금제를 가입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10GB와 110GB 사이의 중간 어디쯤에 요금제 구간을 하나 추가하는 것으로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맹점 때문에 안 그래도 고물가잡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여당에서는 통신사가 제시한 중간요금제를 두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며 재검토를 촉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국내 5G 가입자 수가 2300만명을 넘어선 만큼 통신사는 좀 더 세분화된 단계별 요금제로 5G 가입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5G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쓰는 데이터 양에 맞춰 알맞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지가 보다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놓고선 정작 주어진 데이터는 다 쓰지도 못하고 내다버리는 지금의 불합리한 5G 시대의 풍경은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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