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영상] 왕따시키겠다더니…바이든,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인사’ [나우,어스]
뉴스종합| 2022-07-16 06:53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왕따’로 만들겠다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처음으로 조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틀간의 이스라엘 방문을 마친 15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알 살람 왕궁이 위치한 해변 도시 제다에 도착했다.

이번 사우디 방문은 미 정보 당국이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등 냉랭한 관계를 이어가던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큰 관심을 모았다.

공항에서 왕궁으로 향한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 차량에서 내린 직후 마중 나온 빈 살만 왕세자와 악수 대신 ‘주먹 인사’를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유튜브 'Bloomberg Politics CBS News' 채널 캡처]

중동 순방 전 백악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급증을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이 악수를 자제하는 등 신체 접촉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알렸다.

빈 살만 왕세자와의 주먹 인사 역시 그런 연장선으로 볼 수 있지만, 곧바로 이어진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는 손을 잡았다.

앞서 이스라엘에서도 고위 당국자들과 악수하고,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찾아 피해 생존자들과 포옹하기까지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신체 접촉 최소화 방침은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 악수를 피하려는 핑계로 삼을 것이란 추측을 낳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머무는 동안 여러 차례 악수함으로써 그런 계획을 곤란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와의 주먹 인사, 알사우드 국왕과의 악수 장면을 지체 없이 내보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왕 면담에 이어 빈 살만 왕세자와 확대 실무회의를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난 뒤 확대 실무회의를 하고 있다. [유튜브 'Bloomberg Politics CBS News' 채널 캡처]

물론 바이든이 사우디를 찾아 빈 살만과 주먹인사를 하고 회담을 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한 터라 이번 주먹 인사는 양국 관계 재설정에 본질적인 의미를 규정하는 장면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주먹 인사가 ‘사우디 왕따 시대’를 끝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확대 실무회담 초반에 회의장에 들어갔던 미국 공동취재단은 바이든 대통령에겐 ‘사우디가 여전히 왕따인지’, 빈 살만 왕세자에게는 ‘카슈끄지 가족에게 사과할 것인지’ 큰 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두 지도자는 답하지 않았고, 빈 살만 왕세자는 미소 짓는 모습을 보였다고 공동취재단은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제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칼리드 알파이살 메카주 주지사와 주미 사우디 대사 등 격이 떨어지는 극소수 인사들만 영접한 것도 눈에 띄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공항에서 정성스럽고 떠들썩했던 환영식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1분간만 머문 뒤 전용 차량을 타고 떠났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자 원유 증산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다.

특히 물가 상승을 이끄는 유가 급등이 자신의 지지율을 갉아먹고, 이는 11월 중간선거에 악재가 될 것이란 위기감에 자존심을 내려놨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물론 백악관은 이번 순방에서 원유 증산에 대한 즉각적인 발표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더힐은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명분 때문에 카슈끄지 암살로 대변되는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저버린 게 아니냐는 논란 역시 가시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에서 원유 증산은 물론 인권 및 예멘 전쟁 등의 이슈를 거론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은 전날 기자들에게 사우디에서 인권 문제 제기를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다만 카슈끄지 암살 문제를 끄집어내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우디 방문의 또 다른 목적은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 임시총리와 공동회견에서 “사우디 방문은 미국의 국익을 증진한다는 더 큰 이유가 있다”며 “우린 중동 지역을 이끌면서 러시아나 중국이 치고 들어올 수 있는 공백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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