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시사] K9자주포의 이유 있는 변신
뉴스종합| 2022-07-18 11:27

2009년 영국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전이라 인천공항에서 노키아 피처폰을 임대해 사용했다. 당시 세계 휴대전화시장 점유율 1등은 노키아였고 아성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만큼 견고해 보였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주도한 스마트폰으로의 변화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했던 노키아폰은 요즘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최근 세계 자주포시장에서 각광받는 자주포는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기업 한화디펜스가 생산하는 K9자주포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정부 주도로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연구·개발을 마치고 1999년부터 육군과 해병대에 배치돼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포병 무기 체계다. 기동 성능뿐 아니라 발사 속도, 정확도, 운용 및 정비편의성 등 궤도형 자주포가 갖춰야 할 모든 요구조건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2001년 첫 터키 수출을 시작으로 지난해 호주, 올해 이집트까지 8개국에 5조원의 수출물량을 달성했다. 자주포 국제 시장 점유율 54%를 차지하며 방산 수출을 선도하는 효자품목으로 국내 방위산업의 국제 인지도를 견인 중이다. K9자주포가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를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산악이 많은 지형과 여름에 무덥고 겨울에 추운 우리나라의 혹독한 기후 환경에서도 뛰어난 운용성을 입증함으로써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정부 주도로 지속적인 성능 개량을 추진하고 있어 미래지향적 자주포 도입을 원하는 국가들에 큰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독일 등 경쟁 기종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가격 대비 성능에서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K9자주포가 포병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고, 국제 시장 점유율을 지속 유지하려면 선제적으로 기술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2020년대 자주포시장 트렌드는 포탄과 추진장약을 자동으로 장전하는 포탑자동화를 통해 운용인력을 줄이고 발사속도와 사거리를 향상시키는 것인데 미국, 독일 등도 포탑자동화와 사거리 연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장 변화를 예측해 포탑자동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을 최근 완료했으며, 사거리연장탄 체계 개발 또한 마무리 단계다. 이를 바탕으로 K9자주포 성능 개량을 완료하면 탄약 장전 전 과정을 완전자동화해 손으로 탄약을 운반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며, 병력 감축 추세에 부합되도록 운용인원을 40% 줄일 수 있다. 발사속도와 사거리도 기존 대비 30% 이상 향상돼 새로운 K9자주포가 탄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 나아가 2030년대 이후 자주포시장에는 유·무인 복합 운용 또는 완전무인화를 통한 미래형 자주포가 출현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자주포 무인화를 위한 포탑원격운용기술과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

‘K-방산’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K9자주포가 노키아 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변신을 지속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군 전력 증강 과 시장 점유율 세계 1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민·관·군이 협력해 2차 성능 개량을 적기 착수하고, 사거리 연장 및 무인화 관련 핵심 기술을 조기에 확보해야 할 때다.

박정은 방위사업청 화력사업부장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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