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첫 유색인종 vs 대처의 재림…英 차기 총리, 수낵 前 재무·트러스 외무 양자 대결
뉴스종합| 2022-07-21 09:48
영국 차기 총리를 결정할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최종 후보 2인으로 결정된 리시 수낵(42·왼쪽) 전 재무부 장관과 리즈 트러스(46) 외무부 장관의 모습. [AFP·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영국 차기 총리를 결정할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최종 후보 2인이 결정됐다.

인도계 ‘금수저’ 로, 전(前) 재무부 장관인 리시 수낵(42)과 강경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지지자인 현직 여성 외무부 장관 리즈 트러스(46)로 압축됐다.

‘유색 인종’으로는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최종 후보에 포함된 수낵 전 장관과 ‘철(鐵)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로델’로 삼고 있는 트러스 장관의 대결은 여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는 수낵 전 장관이 줄곧 여론 조사 1위를 달려왔지만, 막판 상승세를 타고 2위를 기록한 트러스 장관이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당심’을 바탕으로 역전승을 이뤄낼 지가 관전 포인트다.

새 총리, 9월 5일 최종 결정

영국 보수당은 차기 총리가 될 당 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수낵 전 장관과 트러스 장관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고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날 보수당 하원의원들이 참여한 투표에서 수낵 전 장관은 137표를 받아 1위를 유지했고, 트러스 장관은 113표를 확보해 살아남았다.

그동안 줄곧 2위를 달렸던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부장관은 뒷심 부족으로 이날 105표를 받는 데 그치며 탈락했다.

[외신 종합·신동윤 기자 제작]

수낵과 트러스 두 후보는 앞으로 6주간 이어질 전국 단위 선거운동에 돌입, 당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총리 결정이 전체 당원 약 16만명의 우편투표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종 당선자는 의회가 여름 휴회기를 마치고 다시 열리는 9월 5일에 발표된다.

40대 옥스퍼드대 동문 맞대결

세금 놓고 충돌=수낵 전 장관이 총리가 될 경우 영국 역사가 바뀌게 된다. 역사상 첫 비(非)백인 총리가 되기 때문이다.

금융계 출신인 수낵 전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적극 재정정책을 펼쳐 충격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 초 수낵 전 장관이 사표를 던지며 내각 대탈출이 촉발됐고, 결국 존슨 총리가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존슨 총리는 “차기 총리가 수낵만 아니면 된다”며 적대적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도 했다.

수낵 전 장관은 영국 부자 순위 222위에 오를 정도로 ‘금수저’란 점이 마이너스 요인이다. 인도 재벌 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인 부인이 비거주 비자를 활용해 해외소득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았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 차기 총리를 결정할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최종 후보 2인으로 결정된 리시 수낵(42·왼쪽) 전 재무부 장관과 리즈 트러스(46) 외무부 장관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열린 토론회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EPA]

트러스 장관은 대외 정책에서 ‘매파’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대(對)러시아 강경 대응을 주도했고, 대만 문제 등을 잇따라 거론하며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도 고수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최근 북아일랜드 협약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며 갈등의 중심에 섰다.

다만, 롤 모델인 대처 전 총리의 복장이나 사진 포즈까지 따라 했다 홍보에만 진심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존슨 총리 내각에서 함께 활동한 두 후보는 모두 40대로 옥스퍼드대 동문이다.

이들은 지금까지는 세금과 관련해서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트러스 장관은 수낵 전 장관의 세금 인상이 경기 침체를 일으킨다고 비판하며 취임 첫날 바로 법인세 등을 인하해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수낵 전 장관은 재정건전성과 물가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면서 트러스 장관의 계획은 동화 같다고 꼬집었다.

의원 1위는 수낵이지만…당심은 트러스

현재로선 경선 1위를 차지한 수낵 전 장관보다 트러스 장관이 앞서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영국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투표권이 있는 보수당원 7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수낵 전 장관은 35%의 지지를 받는데 그쳐 54%의 지지율을 기록한 트러스 장관에 크게 뒤처졌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자체 분석을 통해 트러스 장관이 총리가 될 확률이 59.3%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수낵 전 장관은 40.6%에 불과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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