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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생 박용진·강훈식은 어떻게 이재명의 맞상대가 되었나 [정치쫌!]
뉴스종합| 2022-07-30 12:27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당 대표 최종 후보로 선출된 (사진 왼쪽부터) 박용진·이재명·강훈식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유력주자인 이재명 의원과 함께 컷오프 문턱을 통과한 ‘97세대(1990년대 학번, 1970년대생)’ 박용진(51·서울 강북구을), 강훈식(49·충남 아산시을) 의원의 ‘생존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두 사람이 각각 ‘부족한 당내 기반(박용진)’, ‘낮은 인지도(강훈식)’라는 큰 약점에도 불구하고, 같은 97이자 최고위원을 역임했던 박주민·강병원 의원, 관록의 5선 중진 설훈 의원, 86운동권의 원조 스타 정치인인 3선 김민석 의원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본선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용진·강훈식 두 의원의 예비경선 통과 배경엔 전체 투표의 70%라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민주당 중앙위원들이 ‘세대교체’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대세론과 맞설 상대로 ‘풍부한 경륜’보다는 ‘젊은 패기’가 더 유효하다는 판단이 우세했다는 것이다.

경쟁자였던 김민석 의원은 이재명 의원과 1964년생 동갑내기이고 설훈 의원(1953년생)은 이 의원보다 11살이 많았다. 반면, 1971년생인 박용진 의원은 이재명 의원보다 7살 어리고, 1973년생인 강훈식 의원은 이 의원보다 9살 어리다.

즉, 중앙위원들은 당의 직전 대선 후보이자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최대 스타인 이재명 의원의 맞상대로 ‘세대교체’ 흐름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 의원과 본선 경쟁을 벌일 8월 전당대회 기간 내내 ‘민주당 주류가 젊어지고 있다’는 신호도 줄 수 있다.

박용진 의원도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97세대 2명이 본선에 올라간 것 자체가 미래 연대를 통해 세대교체를 완수하고 민주당의 쇄신도 만들어 내라고 하는 당원들과 국민들의 바람이 모여진 것”이라고 컷오프 통과 의미를 해석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박용진 당대표 예비후보자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그렇다면 같은 97세대인 박주민·강병원 의원을 제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 안팎에선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약점을 상쇄한 두 사람의 예비경선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박 의원은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의원에 이어 꾸준히 2위를 기록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재명의 대항마’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일단 본경선에 올라가기만 하면 제일 경쟁력이 크다는 점을 적극 어필한 것이다.

친문도 친명도 아닌 당내 대표적인 비주류 소신파로 꼽히는 그는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도 현역 의원들의 도움 없이 혈혈단신으로 뛴 바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친문, 86그룹, 이낙연계, 정세균계 등 어느 계파로부터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당내 세력 기반이 타 후보들보다 부족하다는 약점을 국민적 인지도와 높은 지지도라는 장점으로 상쇄한 것이다.

박 의원은 지난 20일 본지 인터뷰에서도 중앙위원의 표심과 관련 “민주당 중앙위원들은 어려운 선거에서 살아 돌아온 기초단체장들, 어려운 지역에서 고생하고 있는 지역위원장들, 민심을 목도하는 국회의원들이 주축”이라며 “과거 인연이나 친소 관계가 아니라, ‘누가 민주당 전당대회 흥행 카드냐’, ‘누구를 올려보내야 혁신 논쟁에 불 붙일 수 있느냐’, ‘누가 이재명에 맞서 새로운 에너지를 응집시킬 것이냐’라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계실 것으로 본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박 의원은 인터뷰에서 ‘함께 하는 세력이 부족하다’는 당내 평가에 대해서도 ‘쿨하게’ 인정했다. 지금까지는 ‘국민 삶을 바꾸는 과업(유치원 3법, 재벌개혁, 현대차 리콜 등)’ 해결에 에너지를 쏟느라, 당내 기반을 넓히는 ‘당내 정치’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대선 경선을 기점으로 당내 기반과 동지를 만들고 세력을 규합하는 내부 정치의 과제가 박용진에게 전면으로 대두된 게 맞다”며 “앞으로 제 정치의 7~8할은 거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강훈식 당대표 예비후보자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당권주자 중 유일하게 비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강훈식 의원은 박 의원과 반대였다. 강 의원은 당내 지원 세력은 상당했지만, ‘낮은 국민적 인지도’가 최대 약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낮은 인지도를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무기로 삼았다.

강 의원은 지난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97세대 경쟁자들(박용진·박주민·강병원 의원)에 대해 “다들 대통령의 후광이 있거나 스타 의원들”이라며 “그 분들이 최고위원 나가고 대선 후보 경선 나갈 때 저는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묵묵하게 팀플레이하며 실력을 기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래 의원들이 먼저 치고 나갈 때도 자신은 ‘자기 정치’ 유혹을 참아내고, 어떤 지도부에서든 중책을 맡아 당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왔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같은 낮은 인지도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신선한 파격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부분도 강조했다.

강 의원은 29일 KBS라디오에서 컷오프 통과가 ‘이변’이라는 평가에 대해 “(인지도 높은) 대통령 (경선) 후보들도 두 분이나 나오셨고 전직 최고위원들도 나오셨는데 저는 지지율도 낮고 그 분들처럼 전국 선거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도대체 강훈식이 누구길래?’라는 이변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이 어려울 때 늘 새로운 파격을 선택했을 때 우리 당이 살아나고 승리했다”며 “1970년대 40대 기수론도 파격이었고, DJP연합도 파격이었고, 부산 사람 노무현을 광주 시민이 선택하는 파격이 또 있었다. 그런 파격들이 민주당에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저를 선택해 준 것도 그런 파격을 선택해서 민주당에 새로운 에너지와 미래를 열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예비경선 기간 내내 이재명 의원을 비롯한 경쟁 후보들에 대한 날선 언급도 삼갔다. 그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던 경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초 ‘저격수 정치’와는 거리를 두는 정치 스타일로 당의 화합·통합의 적임자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강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경쟁자들을 선명하게 공격하면) 단기적으로는 시원하겠지만 당 대표가 될 사람이 당 사람들 공격해서 뭘로 당을 이끌겠느냐”며 “나는 말로 빚을 지지 않으려고 극도로 애써왔다. 상처 주지 않는 리더십, 좋은 정치를 하고싶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왼쪽부터), 박용진,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교체 추진위원회 당 대표 후보자 초청 공개토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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