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OPEC 신임 사무총장 “러와 협력 필수적”…美 요청 증산 ‘먹구름’
뉴스종합| 2022-08-01 09:09
하이탐 알가이스 신임 OPEC 사무총장의 모습.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세계 주요 산유국들이 오는 9월 원유 생산량을 늘릴지 여부를 결정할 회의를 앞두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구성원들이 연일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임 OPEC 사무총장이 러시아와 협력 강화를 공언한 가운데, OPEC 지도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하면서까지 원유 증산을 요청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OPEC 회원국들이 묵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쿠웨이트 출신의 하이탐 알가이스 신임 OPEC 사무총장은 자국 알라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세계 에너지 지도에서 중추적이며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라며 “OPEC은 러시아에 맞서 경쟁적 관계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가이스 총장은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던 유가상승의 주요 요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인해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모든 데이터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부터 국제 유가가 점진적·누적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러시아 책임론’을 부각 중인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주장과 선을 그은 것이다.

알가이스 총장의 이날 발언은 다음 달 3일 OPEC+(플러스, 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 간 협의체)가 오는 9월부터 원유를 증산할지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동안 러시아는 원유 증산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고, 미국은 OPEC+에 원유 증산 압력을 가해 왔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OPEC+가 정례 회의에서 증산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도 지난 29일 소식통은 인용해 “OPEC+ 산유국들이 9월 증산 규모도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으로 일부 산유국들이 증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많은 산유국이 추가 생산 여력이 없다는 점은 OPEC+의 추가 증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OPEC+가 증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인권 우선 정책의 ‘후퇴’란 비판을 무릅쓰고 사우디를 방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을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더 궁지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빈손 외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발등의 불’인 미국 내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환점 역시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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