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해운업계 숙제 ‘친환경 연료’…문제는 ‘공급’
뉴스종합| 2022-08-03 17:01
현대중공업그룹이 개발하고 있는 액화 수소 운반선의 개념도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국제해사기구(IMO)의 새로운 환경 규제가 내년부터 시행되면서 해운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신규 선박을 발주해야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친환경 연료가 대부분 공급 측면에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운 업무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50년까지 7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IMO는 내년부터 기존 선 에너지 효율지수(EEXI)와 탄소 집약도(CII) 등급제도를 도입한다.

EEXI는 2013년 이전에 건조된 선박 중 총톤수 400t(톤) 이상의 선박에 대해 탄소 배출량을 20% 이상 감축하도록 한 조치다. 한편 CII 등급제는 운항하는 선박의 탄소 배출 효율을 기준으로 선박 별로 등급을 매기는 규제다. 선박이 1년 간 1t의 화물을 1해리 실어 나르는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측정해 A~E등급으로 구분한다. 3년 연속 D 등급을 받거나 E 등급을 받는 경우 개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해운업계는 우선 엔진출력제한장치(EPL)을 설치해 선박의 출력을 낮춰 관련 규제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가 ‘에코(ECO) 모드’를 선택하면 연비가 향상되면서 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다만 EPL을 장착하면 전체 선대 속도가 약 7% 감소해 같은 양의 화물을 같은 시간 안에 운송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하다.

결국 기존 선박 연료보다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메탄올과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도입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규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8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기존 선복량을 120만TEU로 확대하기로 한 HMM이 새로 도입하는 선박은 모두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기로 한 것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한 선택이다.

문제는 과연 어떤 친환경 연료를 선택하느냐다. 당장 2050년까지 중간 단계로 거론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화석 연료인 만큼 탄소배출량이 적지 않은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경향이 크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이미 지난해 8월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1만 6000TEU 급 선박 8척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하는 등 메탄올 선박에 투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에서 뽑아내는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에 비해 온실가스를 25%까지 줄일 수 있는데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탄올 역시 천연가스나 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를 개질해서 생산되고 있어 친환경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탄소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수소와 암모니아 등이 궁극적인 친환경 연료로 떠올랐다. 그러나 액화수소는 영하 253도의 극초저온상태에서 기화돼 누출 시 화재 폭발 위험성이 존재하는 만큼 항만에 보관 및 충전 시설을 갖추는데 기술적, 제도적 난제가 크다. 암모니아는 기화점이 영하 33도로 상대적으로 높아 폭발 가능성은 적지만 냄새와 독성이 있어 역시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 남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친환경 연료로 거론되는 연료 모두 제각기 기술적·환경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느 하나를 선택했을 때 제대로 선박에 공급이 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선업계나 정유·화학업계가 협업해 차세대 연료 개발에 보다 박차를 가하고 공급망을 갖춰야 친환경 선박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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