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제포커스] ‘깡통 전세’와 전세 사기주의보
뉴스종합| 2022-08-05 11:13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보는 주거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급등한 대출금리와 집값 하락세에 이른바 ‘깡통전세’ 우려에다 마음먹고 사기행각을 벌이는 고의적 ‘전세 사기’도 늘고 있어 세입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의 합이 매매가를 웃도는 형태를 비유적으로 깡통전세라고 하고,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을 떼이는 집을 깡통주택이라고 한다. 전세 가격이 폭등한 이후 집값이 추락하는 경우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계약이 종료돼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지만 집값 하락으로 전세 가격까지 급락해 새 세입자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집주인이 대출금 이자까지 연체하게 되면 십중팔구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세입자는 자기보증금의 일부나 전부를 떼일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사실 깡통전세 문제는 근래에도 종종 있었다. 가깝게는 지난 2020년 가을 대출과 전세보증금의 합이 집값에 근접하거나 초과하는 ‘빚 많은 전셋집’ 비율이 급증했다.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발급 건 중 부채비율이 80~100%에 이르는 위기주택이 전체의 43.6%에 달했다. 심지어 그 이태 전인 2017년에는 위기주택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당시의 깡통전세 배경은 2016년도의 전세난이었다. 전세 가격이 폭등한 이후 집값이 추락하자 지방을 중심으로 위기주택이 급증했고 서울과 수도권까지 전세 가격이 급락하면서 깡통전세 공포가 확산됐던 것이다. 멀게는 이명박 정부 후기인 2010~2012년이다. 당시 이전 정부에서 급등한 집값이 폭락하고 전월세대란을 겪으면서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깡통주택이 급증해 큰 사회적 문제가 됐었다.

깡통전세의 공통된 배경은 정책 실패에 따른 전세대란과 역전세난이다.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 억제에 치중한 부동산정책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전세 가격도 따라 오르고, 뒤이은 집값 하락으로 위기의 깡통주택 수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 정부는 부동산 수요 억제와 규제 일변도 정책을 추진해 주로 저소득 서민층이 정책 실패의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물론 작금과 같은 세계적 금리인상과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외부적 여건도 무시할 수 없겠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빚 많은 전세주택이 늘어나 깡통전세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가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다가구주택과 빌라, 특히 수도권 외곽 서민세입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여기에다 아예 작정하고 전세보증금을 떼어먹는 고의적 ‘전세 사기’까지 늘고 있어 정부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주 정부에서는 전세 사기 위험지역 특별 관리, 피해대책 등을 내놓았다. 경찰청에선 전담수사팀을 운영해 전세 사기를 발본색원하겠다고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대응책을 제시해 그나마 다행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세입자들이 깡통전세 위험을 인지토록 해 가급적 스스로 전세 사기를 예방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몇 가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예컨대 신축 빌라 등의 실거래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집주인의 국세 체납 여부를 세입자에게 고지토록 하면 전세 사기 위험이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경제학 박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