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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둔촌주공 안돼”...공사비 리스크 ‘자구책 나선’ 조합들
부동산| 2022-08-08 11:33
공사가 석 달째 중단된 가운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개발 단지를 행인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최근 조합 보유 상가의 통매각과 임대주택 매각을 결정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통합재건축)’의 모습. 유오상 기자

시공비 갈등 끝에 공사중단 사태가 장기화한 ‘둔촌주공’ 사태를 목도하며 다른 재건축 추진 조합들이 발빠르게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일반 분양을 확대하는 조합부터 일찌감치 협상력 확보를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서는 조합까지 조합들의 선제 대응 사례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8일 노량진4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최근 진행한 관리처분계획 임시총회에서 과반수 찬성에 따라 설계변경안을 의결했다. 기존 248%였던 용적률을 법적 상한인 260%까지 상향하고 조합원 분양분을 중심으로 대형 평형 가구를 늘리는 동시에 중대형 일반 분양 물량도 대폭 확대했다.

조합은 애초 49㎡ 51가구와 59㎡ 216가구 등 모두 267가구를 일반 분양해 2051억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공비 인상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합원 부담 증가가 예상되자 설계변경을 통해 84㎡를 추가로 일반 분양키로 했다.

조합은 “59㎡ 일반분양 물량을 205가구로 낮추고 대신 84㎡ 일반분양을 신설해 25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라며 “이에 따라 일반 분양 수익 역시 2219억여원으로 168억원 이상 증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대형 가구 증가로 인한 조합원 분양 수익 증가를 합해 240억원의 추가 수익을 예상하는 조합은 시공비 인상 압박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고급화 설계를 적용하며 조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중대형 일반 분양 물량을 늘렸다. 덕분에 조합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라며 “둔촌주공이 시공비 갈등 끝에 공사중단 사태를 맞고 오히려 큰 손해를 보는 모습을 보고 조합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라고 말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으로부터 1400억원에 달하는 시공비 인상 요구를 받은 신반포3차·경남 통합재건축(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은 최근 1700억원 규모의 상가 일반분양분을 통매각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최근 서울시에 공공주택 매입을 요청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서울시에 따르면 원베일리 조합은 지난달 서울시에 공공주택 매입을 요청했다. 최근 공정이 40%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시로부터 계약 체결을 위한 매매계약서를 전달받았다. 시공비 인상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금 확보가 필요한 만큼, 이번 매각을 통해 전체 매입금의 20%에 달하는 계약금뿐 아니라 공정 진행에 따른 중도금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조합은 판단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상가를 통매각할 경우, 조합원 권리가액보다 최소 200억원 가까이 높은 금액을 빠르게 받을 수 있고, 최근 공공주택 매입 요청을 통해 빠르게 현금 확보에 나선 상황”이라며 “모두 시공비 인상을 앞두고 조합원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둔촌주공과 같이 내부 분열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다른 정비사업 단지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 탓에 시공사와 시공비 인상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데, 자칫 시공사와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둔촌주공과 같이 장기간 공사중단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둔촌주공의 경우, 최근 대주단과 시공사에 오는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기간 연장 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 공사 중단 사태 해결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특히 대주단에 포함된 24개 금융사 중 대출 연장에 반대하는 곳이 상당수 있어 대위 변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건축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시멘트값이 추가로 인상되는 등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진 데다가 대출 이자 역시 올라 조합의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대부분 조합이 대출 이자를 감당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공사가 시공비 추가 인상을 요구했을 때 추가적인 현금 확보가 불가능할 경우 높은 금리의 대출을 더 받아야 할 처지다.

한 서울 서초구의 재건축 조합장은 “단지마다 상황은 비슷한데, 둔촌주공 조합이 장기간 공사중단 사태로 오히려 큰 손해를 보는 상황을 지켜보며 ‘입주가 늦어져서는 안 된다’라는 의견이 강하다”라며 “조합에서는 부담 증가를 거부하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사업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일반 분양 확대 등의 조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유오상·이민경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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