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집 물난리 난 것도 서러운데...피해복구 비용 ‘실랑이’
뉴스종합| 2022-08-11 11:50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동 일대에서 침수로 피해를 본 가구와 집기류 등이 골목길마다 쌓여있다. [연합]

수도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 ‘물난리’가 나면서 시민들이 보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집이나 상가에서 발생한 수해 복구 비용을 누가 부담할 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식이다. 서울·경기 지역에 폭우 피해가 몰린만큼 관련 민원이나 소송이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기사 20면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신모(30) 씨는 폭우 피해를 집주인에게 알렸다가 오히려 “당신이 관리를 못했다”는 비난을 들었다. 지난 8일 신씨의 집 안에 있는 10평 규모의 테라스가 폭우로 잠기면서 거실까지 물바다가 됐다. 신씨는 “테라스에 있는 배수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심해졌다”며 “집주인에게 수리를 부탁하려 했는데 ‘관리 잘해라’, ‘아랫집에 문제 있으면 당신이 보상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신씨는 사비를 들여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신씨처럼 아파트나 빌라에서 폭우 피해가 발생할 때 책임 소재를 두고 집주인·관리인·구청 사이에 공방이 벌어지곤 한다. 잦은 폭우로 천장 누수 피해를 겪은 김소은(38) 씨도 관리사무소로부터 전액 보상을 받는 걸 포기했다.

김씨는 “27년 된 아파트라 폭우가 올 때마다 천장이 샜고, 아파트 벽에 갈라진 금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관리사무실에 말하니 ‘수리는 해주지만 도배까지 부담하면 다른 사람도 다 해줘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소송을 고려했으나 소송 비용이 부담스러워 포기했다.

폭우로 일터를 잃어버린 상인들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지하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유미(53)씨는 “경황이 없어 보험사에 연락할 생각도 못했다”며 “수해보험을 안 들어 보상은 어려울 것 같은데, 구청에 도와달라 해야할 지 시청에 말해야 하는 건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100만명이 모여있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폭우 피해를 두고 상가 주인·지자체와 실랑이를 벌인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정전과 침수를 겪었다는 음식점 사장은 “빌딩 관리상 부실이 있어 피해를 논의하려 건물주에 전화를 했는데 구청에 이야기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빌딩 내 배수·전기 시설이 문제가 있는 건데 왜 책임을 피하냐고 실랑이했고 소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계속되는 피해 신고에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각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10일 폭우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또 침수 피해 차량에 대한 신속한 손해보상과 수해 피해 가계에 대한 긴급생활안정자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폭우로 피해가 집중된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후속대책도 논의 중이다. 특히 도로보다 낮아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기는 반지하 주택에 대한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물이 잠겨 일가족 3명이 숨졌다. 숨진 40대 여성 중 1명이 발달장애인으로 확인됐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집에 있던 5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숨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반지하를 주거 용도로 쓸 수 없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지하를 없앨 경우 빈곤층의 주거환경이 불안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대부분 반지하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주거비용을 담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라며 “열악한 주거환경을 몰아낸다는 식의 정책으로 거주민들의 거주지 불안이 심해질 수도 있다. 반지하 거주민들에게 생긴 참사 때문에 오히려 반지하 거주민들이 힘들어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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