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치솟는 환율...‘잠자던 달러’ 중고마켓으로
뉴스종합| 2022-08-25 11:08

“원달러 환율 1180원도 비싸다고 생각하면서 환전했는데, 현재 환율을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네요.” 지난해 미국 여행을 대비해 달러를 수백만원어치나 사 놨던 직장인 정모(28) 씨는 요즘 달러를 팔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현재 달러 가격은 정씨가 구매한 가격보다 13%가량 올랐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6원 내린 1341.5원에 거래를 출발했다. 정씨는 “매일 가격이 오르니까 무섭다”면서도 “이익을 보고 팔아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13년 4개월만에 달러 환율이 1340원대로 치솟으면서 달러가 ‘귀한 몸’이 됐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집에서 잠자고 있던 달러를 파는 사람과 수수료 없이 달러를 구매하려는 사람 간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반면 해외 직구(직접 구매)나 여행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환율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계획을 중단하는 모습이다.

이날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최근 당일 환율을 기준으로 달러를 소액 판매라는 글이 속속 눈에 뜨ㅟ었다. 주로 “여행하다 남은 400달러를 판다”, “집에 있던 달러를 팔아야 할 것 같아서 내놓는다” 등 대부분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내놓는 식이다. 현행법상 개인 간 환전 시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거래에 대해서는 3000달러까지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달러 직거래가 느는 이유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오래 전에 달러로 사놓은 판매자는 당일 외환시장 환율로 거래해도 이익을 본다. 당장 달러가 필요한 사람들은 수수료 없이 달러를 거래할 수 있다.

반면 ‘직구족(族)’은 휴식기에 들어갔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하던 해외 브랜드 의류나 화장품이 국내 가격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모(29) 씨도 “기온이 떨어져 파타고니아 등 브랜드 의류를 구매하려고 계산해봤는데 배송대행 비용을 포함하면 한국 가격과 거의 비슷하다”며 “돈도 아낄 겸 당분간은 해외 직구를 중단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을 준비 중인 사람들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직장인 안모(34) 씨는 “4년 만에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인데 항공, 숙박비 등 여행 경비가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30%가량 올랐다”며 “지금 항공권을 예매하는 건 아니라 생각해 일단 여행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고 말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1330원을 돌파, 현재는 1340원대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33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달러 강세가 이어진 데 따라 환율은 지난 6월 23일 1300원대에 올라섰고, 지난 7월 6일과 15일 각각 1310원, 1320원을 차례로 깨며 고점을 높여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계속 오름세로 전망되는 만큼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폈던 시기도 있지만 현재는 글로벌 경제 영향이 커 상황이 다르다”며 “수출로 해외 물건 가격이 오르고 중간재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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