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극단적 선택 10명 중 3명 음주상태…“술로 도피해선 안돼”
뉴스종합| 2022-08-28 09:01
[123RF]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망자 10명 중 3명은 음주 상태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울과 불안을 겪을수록 음주 습관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2015~2021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보면, 최근 7년간 자살 사망자 801명 중 32%가 사망 당시 음주 상태였다. 19.9%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음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발표한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평생 자살 사고를 시도한 사람의 25%, 자살 계획을 세워 본 사람의 32.4%가 알코올 사용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계획을 세운 사람 중 83.3%는 알코올 사용 장애, 니코틴 사용 장애, 불안장애 중 최소 하나 이상에 해당됐다.

이 같은 통계는 기분장애와 알코올 사용 장애의 상관관계가 크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실제 기분장애 환자들은 알코올 의존이나 남용에 쉽게 빠질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우보라 원장은 “기분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힘들고 버거운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대신 다른 물질이나 관계, 특히 알코올 뒤로 숨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알코올이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이 감정을 왜곡하면서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경제적 문제에 직면하거나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기분장애와 알코올 문제를 동시에 겪거나 급격하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우려된다.

자살사고 유가족 대상 심리부검에서도 사망자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사업난 심화, 부채 증가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거나, 도박, 알코올로 인한 빚 문제로 가족 갈등을 겪던 중에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로 다시 도박, 음주가 늘면서 가족관계가 악화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음주를 하게 되면 오히려 혈액 내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농도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우울한 상태에서 음주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 원장은 “우울증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미 세로토닌 농도가 낮아진 상태라면 알코올 섭취로 인한 세로토닌 기능 저하는 우울감을 키울 뿐”이라며 “우울하다는 이유로 술을 습관적으로 마시고 있다면 술은 절대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도피처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술로 도망치며 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술로 인해 망가진 몸뿐만 아니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는 것에 집중하고 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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