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민선8기 구청장을 만나다⑮] 박강수 마포구청장 “희생만 강요당한 곳…더 희생은 안돼”
뉴스종합| 2022-09-01 09:01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이 1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 마포구에 새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구민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최정호·김용재·이영기 기자] 난지도와 당인리 발전소 등 과거 기피 시설 위에 새로운 마포구를 그린다. 난지도에 건물 60층 높이(163m)의 세계 최대 규모 대관람차인 ‘서울아이(Seoul Eye)’,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당인리 발전소는 에너지 과학공원으로 탈바꿈시킨다. ‘버림받은 땅’에서 서울의 랜드마크로 마포구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은 1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난지도, 당인리 발전소, 과거 경의선 등을 꼽으며 ‘버림받았던 땅’으로 요약되는 마포의 역사를 강조했다. 박 구청장은 “마포구는 서울 도심의 발전을 위한 희생 지역이었다. 보상은 하나도 받지 못하고 희생만 강요당한 지역”이라며 “구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소외지역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서울시가 지난 달 31일 새 광역자원회수시설의 입지로 난지도 부지를 선정한 것에 강하게 반발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수십년간 서울의 쓰레기를 쌓아오며 소외됐던 지역에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마포구는 2005년부터 750t 용량의 자원회수시설을 운영하며 심각한 주민 피해를 감수해오고 있다”면서 “시의 근본적 폐기물 처리 대책 없이 마포구에 새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조성하는 건 구민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라며 서울시 결정을 반대했다.

박 구청장의 반대 기조에 맞춰 마포구는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선정 자체대응 전담팀을 구성했고, 민·관합동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시의 결정에 강력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그는 “마포구민은 서울시민 전체의 복리 증진을 위해 오랜 시간 고통과 불편을 감내해왔다”며 “구민과 함께 시의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선정 결정 철회를 위해 적극 대응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이 1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박 구청장은 대신 난지도에 ‘서울아이’를 유치할 계획을 그렸다. ‘서울아이’는 한강을 세계적 석양 명소로 조성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그레이트 선셋’ 사업의 일환이다. 세계 최대 규모 대관람차 유치를 놓고 그는 “마포구는 서울 중심으로의 접근성이 좋다. 외국인 관광객도 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와 처음 여행을 시작하는 곳인 만큼, 서울아이는 난지도에 꼭 필요하다”며 “서울 서부 지역의 균형발전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테마파크도 조성한다. 박 구청장은 “반려동물이 목줄을 풀어놓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며 “난지도 끝부분 유휴지를 활용해 반려동물 크기별 공간을 나누고 상주 수의사도 배치하겠다”고 구상했다.

또 다른 지역 문제 시설인 당인리 발전소에 대해서도 주민 안전 확보와 편의 시설 확충을 확실히 해내겠다는 입장이다. 박 구청장은 궁극적으로 당인리 발전소는 폐쇄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10년은 잡고 수천억원이 들겠지만 지하화의 위험성을 극복할 안전성 확보와 함께 결국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당인리 발전소를 지하화하며 전기 저장시설 등 발전소 기능을 유지하려는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못된 짓거리다. 공원으로 내준 걸 다른 용도로 쓰고 싶어 한다면 머리 깎는 모습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발전소는 박 구청장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그는 “당인리 발전소 같은 지하 발전소의 위험성은 굉장히 크다. 세계에 하나도 없다. 도서지역에도 없다”며 “마포구에서 지하화를 추진할 때 반대했더니 당시 구청장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그 때 ‘이렇게 무리하게 행정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를 정치권으로 끌어냈다”고 회상했다.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이 1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박 구청장은 문화예술 관광특구로 지정된 홍대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 ‘걷고 싶은 거리 지하공간 개발사업’은 홍대 일대에 연면적 3만㎡의 지상 1층, 지하 4층의 주차장을 짓는 사업이다.

홍대의 보행자 친화 환경은 유지하면서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결할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1층은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예술인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할 계획”이라며 “클럽문화만 있다는 오명을 벗고 홍대만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대 일대 내 흡연부스와 화장실을 늘리고 여행자 편의시설과 야외전시존, 광장무대 등 기반 시설에 대한 대대적 개선도 있을 것”이라며 “홍대·상수·합정을 잇는 문화벨트도 구축해 지역 내 관광자원을 이어 문화명소로 연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문자전용 휴대전화인 ‘소통폰’을 사용해 구민의 민원을 직접 챙긴다. 그는 “민원 처리가 곧 구민의 행복”이라며 “생계나 명예를 좇는 구청장이 아닌 구민의 편에서 구민을 위한 행정을 한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4년 후 ‘한 번 더 해달라’는 민원을 듣는 구청장이 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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