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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융부문 BTS 키우려면 민간 금융사에 자율성 더 부여해야” [人터뷰-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뉴스종합| 2022-09-02 11:14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우리 경제 주요 고비마다 함께 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 경영학 교수를 지내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금융담당)를 15년간 이어오던 그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 초청으로 귀국했다. 이후 경제부총리 특보와 국제금융센터 원장으로 외환위기 극복을 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국내 첫 민간 출신 금융 부처 수장에 올라 금융개혁 정책추진과 금융위기 조기 극복에 나섰다.

코로나19로 복합 금융 위기를 겪고 있는 이 때, 그의 생각과 판단이 더 궁금한 이유다. 특히 우리 경제 곳곳에 생명력을 넣는 금융의 역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전 이사장은 새 정부의 금융부문 BTS를 키우자는 아젠다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민간 금융사에게 자율성을 더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부문 BTS는 이전에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자’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자’ ‘금융허브를 만들자’는 여러 아젠다와 비슷하다”면서 “당시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금융을 실물을 지원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취급할 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 경제를 역동적으로 이끌어갈 힘 있는 개별 산업으로 생각하지 않아서다”고 꼬집었다.

전 이사장은 “금융 부문은 선진국에서도 규제산업의 대표적 케이스지만, 특히 국내에선 일관성 없는 규제 혹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규제로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성장 여력이 많이 떨어지는 산업으로 인식돼왔다”면서 “한국에서 금융 BTS가 나오려면 책임, 신뢰, 투명성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먼저 우리 금융 기업이 뛸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마련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사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밝힌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와 관련해선 “과거 은행의 소유권을 산업 자본이 가지면 은행을 사유화할 것이란 우려가 고착화됐으나, 지금은 은행 자금에 대한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때가 아니기 때문에 부분적 완화 방안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 패러다임이 디지털로 무게중심이 바뀌는 것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전 이사장은 “기술 혁신과 산업 패러다임 변화 가운데 한국의 금융산업을 업그레이드해 국제적 경젱력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를 혁신하고 금융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 간의 공정 경쟁도 중요한 이슈”라며 “플랫폼 기업이 개인 리테일 금융을 다 쓸어가지 않도록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초대 금융위원장에 자리했을 당시 금융위원회가 처음 문을 열며 가졌던 기대와 아쉬움도 털어놨다.

전 이사장은 “당시 우리 금융산업을 기관이 아닌 회사로 인지하며, 자율성과 창의성이 발휘될 발판을 마련해준다는 의미로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했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니었다면 금융 혁신안이 잘 추진됐을 텐데, 혁신이 아닌 위기 극복에 힘을 쓸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 선진국가로 나아가는 초석을 다지고 더 역동적 개혁 프로그램과 혁신적 변화를 리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성연진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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