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아빠 준비됐다” 조국 아들 대리시험 전말…“덕분에 B+”
뉴스종합| 2022-09-02 14:48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감찰무마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조국 전 법무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재판에서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 조원 씨의 미국 대학 시험을 대리로 치른 구체적 정황이 공개됐다. 조국 부부는아들이 당시 수강 중이던 과목의 온라인 시험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가족 단체 채팅방에 올리면, 부부가 이를 함께 풀어주는 식으로 공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검찰 측이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 비리(업무방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 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교수는 2016년 9월 가족 채팅방에서 “원이 퀴즈 시작하자”고 말한 후 역사학 관련 과목의 객관식 시험 문제 답안을 올렸고, 아들 조씨는 이런 방식으로 만점을 받았다.

아들 조씨는 또 다른 민주화 관련 과목에서도 두 차례 대리 시험을 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오른쪽). [연합]

조씨는 2016년 10월과 12월 가족 채팅방에서 온라인 시험 일정을 사전에 공유했다. 조씨가 ‘아빠 저 1시에 시험 봐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조 전 장관은 “아빠 준비 됐다. 문제 보내주면 나는 아래에서 위로, 너는 위에서 아래로, 당신(정 전 교수)은 마음대로”라고 답했다. 정 전 교수도 “엄마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준비 완료”라고 말한 후 중간부터 위로 올라가며 문제를 풀었다.

조씨가 시험 시작을 알리자 조 전 장관은 “문제를 이메일로 보내주길”이라고 답했다. 조씨는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통해 조 전 장관 부부에게 문제를 전달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 조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입시에 직접 관여했을 뿐 아니라 재학 중이던 기간 전반에 걸쳐 온라인 시험 대리와 과제 대필로 성적 관리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교수는 조씨가 계속 안 좋은 성적을 받자 수차례에 걸쳐 조씨의 과제를 대신 작성했다. 조 전 장관은 “힘내세요”라며 정 전 교수에게 과제 대필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들 부부의 도움으로 아들인 조씨는 B+를 받았다. 아들 조 씨가 “덕분에 B+받았어요”라며 감사 표시를 하자, 정 전 교수는 “시험 유형이 어렵다”고 하소연 했다. 조 전 장관이 “셋이 힘을 합쳐 넘겨야지”라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지워싱턴대의 학문 윤리 규정을 보면 타인의 성과를 자신의 것인 양 가져오는 행위 등을 명시하고, 거짓 행위를 반복하면 낙제한다고 돼 있다”며 “한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시험을 본 게 발각됐다면 0점 처리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피고인들의 부정행위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작년 6월 대리시험 내용과 관련해 “조씨가 2011년 학교폭력을 당했고 이로 인한 후유증을 겪었다”며 “학교폭력 피해자의 경우 트라우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재판부도)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행위에 대한 열패감이 평생 가서 여러 케어 필요성이 있었다”며 “당시의 특수성에서 이뤄졌던 대응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처럼 일반화됐다”고 했다.

앞서 2019년 12월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입시 비리, 장학금 부정 수수, 사모펀드 비리, 증거조작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입시 비리 혐의에 ‘아들 시험 대리 혐의’도 포함시키며 정 전 교수도 함께 추가 기소했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 측이 검찰 증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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