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2학년인데 첫 등교 “밥은 어디서...”
뉴스종합| 2022-09-05 11:31

“에브리타임(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서 캠퍼스 소개 글 읽고 오긴 했는데 헤맸어요. 시설이 낯설어요, 밥은 어디서 먹어야 하는지 ....”

2학기가 시작된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를 걷다 기자와 마주친 21학번 대학생 황모(20) 씨는 걱정 어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황씨는 입학 후 줄곧 비대면 수업만 들어 오다 개강 첫날인 이날 처음 등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약 2년 반 만에 대면 수업 원칙으로 주요 대학 캠퍼스가 다시 열렸다. 오랜만에 학생들로 붐비면서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한 캠퍼스지만, 학교와 일상 회복 분위기가 낯선 학생들도 있었다.

실제 개강 첫날인 이날 이화여대 교정에서는 나무 아래 그늘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학생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대학 측이 실외에서 학생들에게 피자를 나눠주는 개강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19학번 이화여대 재학생 이예지(22) 씨는 “지난 학기까지도 한산했는데 지금은 정류장도, 엘리베이터도 사람이 북적거린다”면서 “친구들을 봐서 좋긴 한데 막상 날이 덥고 사람이 확 많아지니 평소보다 빨리 지친 느낌도 있다”고 했다.

늘어난 학생들로 대학 내 식당들도 분주해졌다. 이날 서울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A학생식당의 경우, 오후 12시부터 키오스크 앞 30m 넘게 이어진 줄이 1시간이 넘게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밀려드는 학생들에 오후 1시께 판매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직원 이모 씨는 “코로나 전인 2019년 60~70% 수준으로 학생 수요를 예측했는데 그 이상이 왔다”면서 “점심에만 벌써 2000명분이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씨를 비롯한 직원은 학생들을 다른 식당으로 안내하는 등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인근 이화여대 ECC 건물에 있는 마이델플레이스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김덕현 아워홈 마이델플레이스 점장은 “2019년 2학기를 기준으로 수요를 추정했는데 피크시간 때에는 주문이 불가능할 정도였다”며 “홀 매니저를 다른 지점에서 지원받았다”고 했다.

그는 “조리원들이 그동안 교체되고 2년 반 동안 적은 수요에 익숙해져 손발 맞추기가 쉽지 않다”면서 “광복절 이후부터 시뮬레이션을 하며 개강 준비를 해 왔다”고 말했다.

반면 식당 내에 비치된 손소독제와 칸막이, 실외에서도 여전히 마스크를 쓴 학생들의 모습은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대면 수업 전환 기준도 학교나 수업에 따라 제각각인 상황이었다.

21학번 연세대 재학생 최모(20) 씨는 “개강 첫날인데 교수님이 확진돼 휴강인 수업도 있다”며 “학생 10%가 확진되면 비대면 전환한다는 분도 있고 교수 재량이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학기 중 확진으로 피해를 볼까 걱정하는 학생들도 있다. 연세대 재학생인 20학번 장모(21) 씨는 “확진으로 결석하는 학생이 겪을 불이익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 같다”면서 “대면수업을 녹화하는 건 (옳은 대응이)아니지 않냐”고 우려했다.

다만 대면 수업 전환에 대해서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장씨는 “저는 코로나 터질 때 입학해 비대면 수업을 2년 하다 지쳐 휴학했던 케이스”라며 “시험볼 때 기술적인 문제로 답안지 제출이 늦거나 부정 행위가 나오면 억울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 그 걱정이 줄었다”며 반겼다.

한편 교육부는 개강 후 2주까지 대학 내 다중이용시설의 방역을 집중 점검하는 방역 집중점검 기간을 운영한다. 또 교수자용 체크리스트를 배포해 강의실 자율 방역을 지도한다. 기숙사 등에는 확진 환자나 의심 환자를 격리 공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교내식당은 열기 전 전체 소독을 진행하고 여건에 맞게 물리적 거리 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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