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밀월’ 中·러, 가스 대금 루블·위안貨 지급 계약…‘달러 패권’ 도전
뉴스종합| 2022-09-07 08:45
지난 2019년 11월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州) 스보보드니시 외곽에 위치한 중·러 연결 가스관 ‘시베리아의 힘’ 설비를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소속 직원이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밀월’ 관계를 과시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러시아산(産) 천연가스 대금 지불 시 미국 달러화(貨) 대신 러시아 루블화와 중국 위안화로 대체하기로 계약했다.

달러·유로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서방 제재로 인해 국제 금융 결제망에서 배제된 러시아의 숨통을 틔우는 데 중국이 적극 협조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러 양국이 추진 중인 독자적 국제결제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과 천연가스 대금을 달러에서 루블·위안화로 대체하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하면서 “가스프롬과 CNPC 쌍방에 이익이 될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밀러 CEO는 “이번 계약으로 계산이 단순해질 것”이라며 “다른 회사에 모범 사례가 되는 동시에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한 추가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프롬은 이번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제 적용 시기 등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고, 달러·유로화 의존도를 줄여 루블화 가치를 높이려는 러시아의 계획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이후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 국가들에 대해 루블화로 대금을 지급하도록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은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계약 위반을 이유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중·러 간 ‘가스 동맹’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일간 가스 공급량도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최고경영자(CEO)의 모습. [로이터]

러시아는 지난 2019년 말부터 길이 2200㎞의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통해 중국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가스관의 개통에 대해 “세계 에너지 시장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 모두에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중·러 양국은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향하는 새 가스관인 ‘시베리아의 힘-2’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니콜라이 슐기노프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전날 타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계획상 ‘시베리아의 힘-2’ 공급 용량은 거의 연간 500억㎥에 이른다”며 “서방에 공급하던 천연가스를 아시아·태평양으로 돌리며 기존 가스 생산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계약은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는 중·러 양국의 장기적 계획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운영 중인 경제 공동체 ‘브릭스(BRICS)’ 강화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국제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달러의 영향에서 독립한 새로운 기축통화를 만들기 위한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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