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역대 3번째로 강했던 태풍 ‘힌남노’…제주에 1200㎜ 비 뿌려 [상처 남기고 간 힌남노]
뉴스종합| 2022-09-07 10:15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을 받은 6일 오후 포항 구룡포시장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한반도에 상륙한 역대 태풍 중 3번째로 강했던 태풍(중심기압 기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루 최대 풍속이 8번째로 빨랐던 힌남노는 한반도 상륙 2시간 동안 ‘짧지만 강하게’ 남해안 도시를 할퀴고 지나갔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6~7일 이틀간 각종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강하고 빨랐던 힌남노…6일 저녁 소멸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께 태풍 힌남노는 일본 삿포로 일대 약 400㎞ 해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졌다. 힌남노는 전날 0시쯤 제주 성산포 일대를 지나며 제주도에 근접했고, 오전 4시50분께 경남 거제시에 상륙, 약 2시간 뒤에 경남 울산시를 통과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한반도 상륙 당시 힌남노는 태풍 ‘사라’ ‘매미’ 다음으로 위력이 강했다. 힌남노의 강도는 ‘강’ 상태를 유지했고, 중심기압은 955.9h㎩이었다. 중심기압이 951.9h㎩이었던 1959년 사라, 954h㎩이었던 2003년 매미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낮았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하다.

힌남노는 다른 태풍보다 바람도 빨랐고, 비도 많이 뿌렸다. 힌남노의 하루 최대 풍속은 37.4㎧를 기록하며 역대 8번째로 빨랐다. 태풍의 영향이 시작된 지난 1일부터 6일간 제주 윗새오름에는 1184.5㎜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경북 포항에는 태풍이 지나가는 날 342.4㎜의 비가 쏟아졌다. 포항 구룡포에는 태풍이 상륙했던 시기인 6일 오전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110.5㎜의 폭우가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제주에는 1200㎜가량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중부지방의 1년치 강수량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발생부터 남달랐던 태풍으로 기록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곳곳을 휩쓸면서 신라 천년고도인 경북 경주의 '굴불사 부처님'도 피해를 봤다. 문화재청과 경주시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께 경주시 동천동 굴불사 터에 있는 석조사면불상 주변에서 흙더미가 곳곳으로 쏟아졌다. 보물로 지정된 굴불사지 석조사면불상은 통일신라 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바위의 서쪽에는 아미타여래불, 동쪽에는 약사여래불, 북쪽에는 미륵불, 남쪽에는 석가모니불을 각각 새겼는데 각 불상의 모습이나 옷 주름 등이 섬세하게 표현된 것으로 유명하다. [연합]

역대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과 비교했을 때 힌남노는 다른 점이 많다. 적도 부근에서 생기는 기존 태풍과 달리 고위도에서 생긴 힌남노는 태평양 고기압에 밀려 남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발달했다. 대기 중 수증기를 공급하는 해수면의 기온이 높아 힌남노는 주변 공기를 빨아 들이면서 ‘거대 태풍’이 됐다.

남쪽으로 이동했던 힌남노는 일본 쪽 북태평양 고기압에 막히고 주변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면서 정체됐으나 다시 북상하면서 강해졌다. 스스로 차가운 바다를 벗어나 북상하면서 따뜻한 바다로부터 연료를 공급받고, 성장에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매우 강’ 상태의 태풍으로 발전했다. 태풍 단계 중 가장 강한 상태를 ‘매우 강’으로 분류한다. 이는 사람이나 커다란 돌이 날아가는 강도다.

다른 태풍들과 달리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움직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남쪽으로 이동할 때 힌남노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이후 한반도에 접근했을 때 힌남노는 중국 쪽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 가운데 끼어 회전력이 증가했다.

한반도 상륙 직전 남해 부분에 접근했을 때는 잠시 세력이 약해졌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기압골이 유입되면서 힌남노의 세력이 약화된 것으로 현재 분석되고 있으나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태풍은 8~9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올해가 가기 전에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기상청 측 설명이다.

대비 성공했지만…남해안 도시 피해
지난 6일 저녁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

우리나라에 머무는 시간은 짧았지만 강했던 힌남노는 경남지역에 많은 피해를 낳았다. 경북 포항에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을 빼러 간 주민 9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주민 중 2명은 극적으로 구조됐고, 7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7일 오전 6시 기준으로 태풍 힌남노로 인해 사망 10명, 실종 2명, 부상 3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고 잠정 집계했다.

지자체와 주민의 대비로 인명 피해는 예상보다 적었으나 재산상 피해를 포함하면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대본에 따르면 제주와 경북 등에서 주택 8328채, 상가 3085곳이 침수 피해를 봤다. 도로나 교량과 같은 공공시설은 426곳이 피해를 봤다.

농작물 피해도 늘고 있어 추석을 앞두고 농가의 신음이 깊어질 전망이다. 총 3815.2㏊의 피해가 발생했고, 지역별로 보면 경북이 2308㏊로 가장 많았다. 경남에서는 477㏊, 전남은 411㏊, 제주는 280㏊의 피해가 발생했다. 태풍이 한반도를 벗어남에 따라 태풍 대처 위기 경보는 ‘심각’에서 ‘주의’ 단계로 낮아졌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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