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벼랑끝10대] 자해예방키트 관심↑…“또래상담·자조모임 지원필요”
뉴스종합| 2022-09-13 08:02
한 업체에서 판매하는 청소년 대상 자해예방키트 사진 [해당 업체 블로그 캡처]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2학기 개학과 더불어 대면 수업이 다시 정착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갈등과 위기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는 또래 상담 등 청소년기 특성을 반영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3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10대 극단 선택 및 자해 문제 심각성이 커짐에 따라 자해 예방키트 등 심리지원 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청소년 대상 자해 예방키트를 파는 예비사회적기업 A사의 경우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66% 가까이 급증했다.

자해 예방키트는 자해 충동에 대처하도록 돕는 카드, 일회용 밴드, 워크북 등을 통해 청소년이 자신의 상태를 발견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교구들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19 시기 동두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경우 직접 자해예방키트 ‘톡톡박스’를 만들어 관련 기관에 배부하기도 했다. A사 대표인 하수정 씨는 “코로나 초기에는 대면상담 어려운 경우를 위해 판매가 되다가 최근엔 상담 거부나 중단 학생들을 위해 찾는 분들이 있다”면서 “학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으로 거래처가 다양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매하시는 분들은 대면 수업이 늘어나며 숨겨져 있었던 위기 아이들이 수면 위로 발견된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비영리단체 멘탈헬스코리아에서 진행했던 커뮤니티 모집 포스터. 자해 경험을 극복한 청소년을 중심으로 4주 동안 자해에 관한 정보, 해결 전략 등에 대해 나누고 참가자들의 목표를 세우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멘탈헬스코리아 블로그 캡처]

전문가는 10대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위해 다시 모이는 과정에서 비교우월감을 확인하고 이해충돌을 겪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심리적 위기를 겪었을 때 상담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낙인·편견 우려, 상담자 세대와의 소통방식 차이 등으로 상담이 중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10대들이 새 단어를 만드는 속도나 소통방식이 다르다”면서 “부모는 물론 연령 차가 큰 어른과의 상담에서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래 학생들이 운영하는 상담동아리나 자조모임이 접근성과 전달력 면에서 나을 수 있다”며 “또래 상담동아리에 대한 교육적 지원이나 학생을 교육시켜 학생들이 서로 지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비영리단체 멘탈헬스코리아에서는 자해청소년을 위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장은하 멘탈헬스코리아 부대표는 “청소년은 청소년의 말을 듣는다는 표현이 있다”면서 “자살, 자해 경험을 극복한 생존자 학생들이 본인의 경험을 오픈하고 그 경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또래들의 전문가로 모임에 참여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7월 15~21세 청소년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청소년정신건강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학교 내 정신건강 교육에 대한 아이디어와 당사자 입장에서의 정책 제안을 하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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