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법 사채플랫폼 전락한 대출중개사이트
뉴스종합| 2022-09-14 11:22

#‘급전 30만원, 개인돈 구합니다’

한 대출중개사이트에 개인돈(사채) 대출을 문의하자 1분 안에 8개 대부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대출 조건은 다를 게 없었다. 업체들은 하나같이 원금 30만원에 일주일 이자 20만원, 일주일 연장 시 추가비용 20만원을 제시했다. 법정최고금리 20%를 뛰어넘고도 남는 연 3200%의 불법 사채였다. 한 대부업체는 ‘이 정도 금리는 불법 아니냐’고 묻자 “그쪽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 문의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출중개사이트가 ‘불법 사채 플랫폼’로 전락하고 있다. 대출중개사이트 내 ‘실시간 대출 문의’ 서비스를 통해 대부업체들의 불법 사채 알선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제도권 대출이 불가능한 취약차주와 고금리로 수익을 내려는 사채업자간의 거래가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영업을 막을 수 있는 사이트 제재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채 상담 건수 매년 급증에...소비자들의 ‘불법 사채’ 요청도=14일 대부업계에 따르면, 8년 째 업계 1위를 이어가는 대출중개사이트 한 곳에서만 ‘개인돈(사채)’ 관련 문의 건수가 ▷2019년 8603건 ▷2020년 1만1468건 ▷2021년 1만7354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추산한 14일 기준 누적 이용자 수는 약 1414만명이며 대출상담 총액은 1조5314억원에 달했다. 사이트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약 700곳 이상이다.

대부업체의 알선도 문제지만, 제도권 대출이 불가능한 소비자들이 직접 법정최고금리를 넘는 고금리 사채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각종 연체기록 때문에 제도권 대출이 어렵다는 일용직 노동자 는 ‘급전 50만원 구한다. 일주일 후에 80만원을 상환하겠다’고 먼저 문의했다. 이미 여러 군데에서 사채를 이용하고 있다는 또다른 이도 게시판을 통해 ‘급전 30만원 일주일 뒤에 책임지고 50만원으로 상환하겠다’고 요청했다.

▶ ‘중개’아닌 ‘광고’로 분류돼 제재 어려워...“중개행위로 규정해야”=문제는 불법 사채의 온상으로 지적된 실시간 대출문의 서비스가 ‘대출중개’가 아닌 ‘금융광고’로 분류돼 직접 제재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중개업체는 불법 사채를 알선할 경우 대부업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대출중개사이트는 대부중개업체로 등록돼있지만, 사이트 밖 대출계약을 주선하고 중개수수료가 아닌 광고료를 받는 등의 이유로 영업행위는 현행법상 금융광고 행위로 분류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6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등록 대부업체만 대출중개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사이트 제재 등 추가 조치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도 해당 문제를 파악하고 경찰과 협의한 적도 있다. 하지만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에 대한 별도의 검사권이 없는 등 현행법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출중개사이트의 서비스의 영업행위를 사실상 광고가 아닌 중개행위로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의 대출중개 플랫폼들을 보면 사이트 내 링크를 통해 바로 대부업체로 연결되는 등 중개행위로 인식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불법 사채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 또한 중개행위로 판단할 수 있게 영업에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우선 검색 제한 등 유입 경로를 차단하는 조치부터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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