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팬데믹 끝” 바이든 발언에 백신 제조사 시총 13조원 증발
뉴스종합| 2022-09-20 08:48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코로나19 백신 제조사의 주가가 19일(현지시간) 급락해 시가총액 100억달러(약 13조9400억원) 가량 증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끝났다”고 한 게 직격탄이 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모더나(-7.14%)·바이오엔테크(-8.60%)·노바백스(-6.51%) 주가는 전장 대비 급락 마감했다. 모더나는 장 초반 9.37%까지 밀렸는데, 낙폭을 간신히 줄였다.

이들 회사보다 제품군이 많은 화이자도 1.28%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0.69% 상승했다는 점에서 백신 제조사의 주가 하락은 두드러졌다.

한 외신은 투자자들이 백신주를 팔면서 시가총액이 총 100억달러 사라졌다고 했다.

증시 전문가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이 늘어나는 시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팬데믹 위기 국면이 끝났다는 메시지를 발신했기 때문으로 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CBS방송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팬데믹은 끝났다”며 “아직 문제가 있고, 여전히 힘을 쏟고 있지만 그 팬데믹은 끝났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7월 코로나19를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재지정했지만, 일부 고위관리는 위협에 대한 평가를 하향 조정했다.

에반 사이거먼 BMO캐피털 애널리스트는 “백신 제조사 주가의 하락은 거시경제 전망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과 새로운 부스터샷 도입에 대한 우려 때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 여성이 노바백스가 만든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노바백스 홈페이지]

사이거먼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자국민에게 새로운 2가백신을 접종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 부스터의 배포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보고서가 있다”고 했다.

투자은행(IB) 제프리스의 로저 송 애널리스트는 “백신 제조사 주가의 급락은 미 대통령의 발언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코로나19는 여전히 위협이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새로운 경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은 미 행정부가 가격을 지불하는 지원을 받아왔다며 독감 예방주사와 같은 일반적인 시장과 닮아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감 예방주사의 연간 매출은 약 50억달러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팬데믹 종식’ 발언은 일부 보건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글로벌 생의학 연구소인 스크립스리서치의 설립자 에릭 토폴은 트위터에 “종식된 건 미 대통령과 정부가 새로운 2가 부스터에 대한 마법같은 생각으로 앞서 나가려는 의지”라고 지적했다.

외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에 계속 대응하기 위해 의회에 224억달러를 요청하고 있고, 코로나19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미국인은 하루 약 400명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백악관이 대응에 나섰다. 한 관계자는 이날 CNN에 “대통령의 발언은 바이러스 대응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의미한 건 아니다”라며 “공중보건 비상사태 해제를 위한 계획은 없다”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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