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전쟁 폐허 재건 노하우 배울것”...우크라 교과서에 ‘한강의 기적’ 실린다
뉴스종합| 2022-09-20 11:18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리키우 지역에 러시아군의 폭격을 맞아 무너진 다리는 1950년 한국 전쟁으로 끊긴 한강의 다리를 떠올리게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후 국가 재건의 모범 사례로서 유럽 선진국 뿐 아니라 한국을 기술하기로 했다. 이에 자국의 자라나는 세대들이 ‘한강의 기적’을 배울 수 있도록 고등학교 세계 역사·지리 교과서에 처음으로 한국 내용을 싣는다. [EPA]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토와 경제가 초토화된 우크라이나가 한국전쟁을 딛고 일어선 우리나라 ‘한강의 기적’을 교과서에 싣는다.

20일(현지시간)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는 새로이 한국의 발전상을 담아 세계지리 10학년(한국의 고교 2학년에 해당)과 세계역사 11학년 교육 과정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는 등 고등교육 과정을 변경했다고 웹사이트를 통해 알렸다. 이번 고등 학교 지리, 역사 과정에 처음으로 한국 내용이 포함됐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교과서 가이드라인에는 아시아 국가 중 중국, 일본, 인도 관련 내용만 있었다. 새 교과서에선 한국 관련 내용이 처음으로 담길 뿐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등 3개국과 동일한 비중으로 다뤄진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역 252개 고등학교에서 전쟁 후 국가 경제 재건의 성공 모델로서 ‘한강의 기적’을 배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경된 세계지리 10학년 가이드라인은 서울을 싱가포르, 홍콩, 도쿄, 두바이, 상하이와 함께 아시아 최대 금융 중심지로, 부산을 아시아 최대 항구 중 하나로 지도에 표시하도록 했다.

또한 경제지리, 국제정치, 무역 등에 관해 한국을 일본, 중국, 인도와 동일한 비중으로 서술하도록 했다.

학생 평가 영역에도 세계와 아시아 속에서 한국의 위상, 수출지향적 경제모델, 특화 산업,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등이 넣도록 했다. 추가 탐구학습 연구주제로는 한국 경제발전에 있어서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세계역사 11학년 가이드라인은 한국의 발전상과 함께, 민주화 경험과 경제적 기적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도록 했다.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 관계자는 “한국이 전쟁의 어려움을 딛고 어떻게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는지,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무엇이며, 우크라이나 경제 재건을 위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지 배우고자 한다”고 했다.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은 우크라이나 국민 사이에서 일고 있는 한국을 배우려는 움직임과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향후 국가 재건 시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 뿐 아니라 아시아의 ‘한강의 기적’을 지향점으로 삼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 7월에 발표한 재건계획에도 기업친화적 제도개선과 관련 부문에 한국이 주요 사례로 포함됐다.

우리 외교당국의 노력도 있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교과서 내 한국의 발전상 반영을 위한 협력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우크라이나 교과서에 한국 발전상을 기술할 필요성에 대해 제안했다.

김형태 대사는 행사에서 “아시아에서 한국을 균형 있게 다루지 않는 것은 객관적 세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과연 어느 나라를 더 알고 배워야 장차 국가 발전에 더 기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과 별도 한국의 발전상을 담은 9학년 지리 교과서가 올해 정식 교재로 선정됐으나 전쟁 이후 예산 부족으로 인해 일선에 배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과서 제작에는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도 일부 인쇄를 지원했다. `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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