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伊, 100년만에 극우 총리 탄생 ‘여자 무솔리니’
뉴스종합| 2022-09-26 09:27
이탈리아 극우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수도 로마에서 투표를 한 뒤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구조사 결과 Fdi가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이 의회 다수당에 오를 게 확실시돼 멜로니 대표가 차기 총기 등극이 기정사실화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이탈리아 극우 정당이 주축을 이룬 우파 연합이 25일(현지시간) 실시된 조기총선에서 과반 의석 차지가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이 연합을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조르자 멜로니(45) 대표가 총리에 오를 전망이다. 이탈리아로선 사상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이자,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만에 극우 총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AP에 따르면 멜로니 대표의 Fdi와 ‘동맹(Lega)’, ‘전진이탈리아(FI)’ 등 3개 정당으로 이뤄진 우파 연합이 이날 치러진 선거 직후 공개된 출구조사(오차범위 ±3.5%포인트) 에서 최대 45%의 득표율을 보일 것으로 파악됐다. 총리 출신의 엔리코 레타 민주당 대표가 주도하는 중도좌파 연합의 득표율은 29.5%에 그친다고 나왔다. 내무부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64%로 이전 최저치를 기록한 2018년 선거(73%)보다 훨씬 낮다.

개표 완료 뒤 공식적인 선거 결과는 26일 오전 발표 예정이지만, 민주당은 선거 패배를 인정해 우파 연합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됐다.

우파 연합은 최다 득표를 한 정당에서 총리 후보 추천 권한을 갖기로 지난 7월 27일 합의했다. 출구조사에 따른 정당별 득표율 예상을 보면 Fdi가 22~26%를 획득해 1위가 확실해 멜로니 대표의 총리 등극이 기정사실화했다.

[로이터]

좌파 연합이 분열한 틈을 비집고 지지세를 불려나간 멜로니 대표의 급상승은 무엇보다 그가 극우 색채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연합(EU)은 물론 세계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멜로니 대표는 1996년 자신이 10대 때 한 선거 운동 동영상에 “무솔리니는 좋은 정치인”이라고 밝힌 바 있고, 이번 총선 국면에선 반(反)이민 정책과 반 EU 관료주의 등을 공론화했다. 국가 채무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유지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는 EU 안정·성장 협약에도 의문을 갖고 있다. 채무가 많은 이탈리아에서 멜로니 정부가 출범하면 EU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멜로니 대표는 Fdi를 영국의 보수당과 비교하면서 기준을 파괴하는 정당이 아니라며 중도층 표심을 붙잡으려고도 했다. 그러나 멜로니 대표와 Fdi에 무솔리니의 유전자가 어느 정도 남아 있을지에 대한 논쟁을 끝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의 나탈리 토치 소장은 “그녀(멜로니)는 국제적 상대와 대화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합리적으로 들렸다”면서도 “그러나 로마식 억양과 불같은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효과적인 정치인”이라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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