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무기 사용 가능성’ 엄중 경고 
설리번, 방송 잇따라 출연 對러 압박 
직접·비공개적 고위급 채널 가동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을 시사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미국 백악관이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며 강력 경고하고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전쟁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보내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서방 세계의 대(對)러시아 압박 강화를 요구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에 출연해 “우린 직접적이고 비공개적으로 러시아 측과 고위급에서 소통해 만약 핵무기를 사용하면 치명적인 결과에 직면할 것이고 미국과 동맹들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며 “그것이 무엇을 수반할지 명확하게 밝혔다”고 설명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부분적 동원령을 내리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도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대해 미러 당국 간 비공식 채널로 고위급 대화를 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언급 같은 수사적인 보복 위협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선을 넘으면 러시아에 치명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의지를 재차 밝혔다. 다만,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몇 달간은 물론 최근 며칠 동안에도 러시아 고위급과 접촉해왔다는 점을 공개하면서도 구체적인 접촉 내용과 시점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이란 어두운 길을 선택한다면 재앙이 될 것이란 확실한 메시지를 전할 채널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ABC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의 동원령과 가짜 국민투표 진행 등은 힘이나 자신감의 징후가 아닌 그 반대”라며 “이는 러시아와 푸틴이 매우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동원령 반대 시위가 극동 시베리아 등 러 전역 35개 도시로 확산, 800명 이상이 구금됐다. 푸틴의 정치적 고향이자 제2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반대 시위 진압을 위해 치안 당국이 총기를 사용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영국 BBC 방송은 동원령을 피해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소속이던 조지아로 도망치려는 러시아인이 몰리며 차량 행렬이 10㎞에 이르렀다고도 전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러시아가 강행 중인 합병 주민투표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란 위험한 신호”라며 “외교적 협상을 지속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시도는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위협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공격으로 첫 번째 단계에 돌입했으며, 핵무기 사용 현실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도 경고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