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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터줏대감 선화랑 45주년 … 그와 함께한 한국현대미술
라이프| 2022-09-29 09:29
김강용, Reality+Image 1902-2040, 2019, mixed media, 117x91cm [사진=선화랑 제공]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인사동 터줏대감 선화랑이 올해로 45주년을 맞았다. 계간지 ‘선미술’(1979-1992), ‘선미술상’(1984-2010) 등 한국미술사에 굵직한 선을 그었던 선화랑은 약사출신 컬렉터였던 고(故) 김창실 회장(1935-2011)이 1970년 설립했다. 선미술상은 35~45세 중견 작가 중 1인을 선정해 상금을 주고 수상기념전을 열었는데, 오용길, 황창배, 김영원, 황주리, 서도호, 박은선 등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주요작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선화랑의 지난 45년을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는 기념전이 지난 9월 15일부터 열리고 있다. ‘달의 마음, 해의 마음’이라는 이름의 전시는 미술평론가 윤진섭이 기획했으며 총 5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 제목은 창립자인 김창실 회장의 저서 ‘달도 따고 해도 따리라’에서 착안했다. 평소 ‘달의 마음’과 ‘해의 마음’으로 미술을 보듬고 사랑했던 고인을 기리는 의미다.

민성홍, 가변성을 위한 연습, 2020 [사진=선화랑 제공]

45주년 기념전은 지금 열리고 있는 전시지만, 이 전시 앞과 뒤로 특별한 개인전이 포진했다. 지난 7월 16일까지 열린 곽훈 전과 이후 연말까지 이어질 이숙자 전이 그것이다. 곽훈은 선화랑이 1호 전속작가로 계약한 작가다. 화랑의 전폭적인 지원에 199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첫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보리밭 작가이자 한국 채색화의 중요 작가로 꼽히는 이숙자는 ‘미술계 단짝’으로 불릴만큼 김창실 회장과 절친했다. 김 회장은 살아생전 “지금보다 나중이 더 기대되는 작가”라며 이숙자 작가를 아꼈다고 한다.

개인전들이 선화랑의 과거라면 지금 열리는 전시는 선화랑의 현재이자 미래다. 윤진섭 평론가는 사실주의, 단색화, 미니멀 추상, 미디어아트, 색의 표현성 등으로 선화랑과 인연이 있는 작가들을 분류한 뒤 지난 45년의 한국현대미술사를 한 궤로 꿴다.

사실주의적 경향에서는 김강용, 이석주, 주태석, 한만영, 홍순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1970년대 이후 한국 화단의 중요한 미술사조로 등장했던 이들을 조명한다. 단색화적 경향에서는 김덕한, 김희경, 김찬일, 박다원, 법관, 이정지, 장승택, 정광희 등 후기 단색화에 속하거나 독자적이지만 모노크롬에 주력하는 작가들의 세계를 소개한다. 미니멀 추상에서는 김근중, 김영원, 김지아나, 김진두, 민성홍, 박상남, 박철, 이길우, 이상용, 채은미 등 한지를 비롯해 도자용 점토, 나무, 쇠, 물감 등등이 지닌 질감과 특유의 성질에 주목하여 천착하는 작가들의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미디어아트에서는 모준석, 이경호, 이상현, 이이남을, 마지막으로 색의 표현성 부분에서는 곽훈, 문형태, 서용선, 심우현, 아트놈, 정영주, 황주리 등의 작품을 살펴본다.

윤 평론가는 “지난 45년은 한국미술이 국제화를 이루며 급팽창한 미술시장이 한국미술의 판도를 바꾼 변수로 등장한 기간이었다”며 “작가들 존립기반이 미술시장인만큼 미술시장 활성화는 작가생존에 호재다. 다양성은 시장 활성화의 주요 요소”라고 강조한다. 전시는 10월 12일까지.

이이남, 기운생동 [사진=선화랑 제공]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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