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생방송 중 카메라 내려놓은 카메라맨 ‘돌발행동’, 그가 달려간 곳
뉴스종합| 2022-10-04 08:51
호주 7뉴스 소속 카메라맨 그랜 앨리스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허리케인 이안의 피해 상황을 보도하다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이재민을 돕기 위해 뛰어가고 있다.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 플로리다를 할퀸 허리케인 '이안'의 피해 상황을 생방송으로 전달하던 한 방송사의 카메라맨이 갑자기 카메라를 내려놓고 내달렸다. 이재민을 돕기 위해 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호주 7뉴스 소속 카메라맨 그랜 앨리스는 플로리다 나폴리 지역에서 '이안'의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 중이었다.

영상에는 함께 나온 기자 팀 리스터 뒤로 아이와 짐을 안고 대피하는 이재민의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물이 범람한 도로 위에서 안간힘을 썼다. 이 모습을 본 앨리스는 리스터에게 양해를 구한 후 카메라를 내려놨다. 달려가 이재민을 돕기 시작했다.

리스터는 "우리는 이곳에서 물을 건너려는 몇몇 사람들을 돕고 있다. 저쪽에 있는 카메라맨이 대피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재민들의 집은 물에 잠겼다. 그들은 집을 버려야 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앨리스는 이재민이 들고 있는 짐을 나르는가 하면, 물길을 헤치는 이들을 부축하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앨리스가 자리에 돌아오자 리스터는 "굿 잡, 그랜"이라고 했다.

이 장면은 호주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미국 폭스뉴스는 "(그가 사람들을 돕는 장면의 앵글은 좋지 않았지만)도움이 필요한 플로리다 주민들을 향한 마음은 최고였다"고 했다.

이를 본 시청자들 또한 앨리스를 칭찬했다. '영웅'이란 말도 나왔다. 트위터에서는 "지난 40년간 카메라맨이 생방송 중 자리를 이탈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잘했어, 그랜"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편 미국 사상 5번째로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꼽히는 이안은 지난달 28일 플로리다에 상륙해 3일까지 최소 100명의 사망자를 냈다.

블룸버그 통신은 피해 예상액을 680억달러(약 97조9800억원)에서 1000억달러(144조1000억원)로 추산했다. 플로리다는 이미 265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 역사상 허리케인 이안은 가장 치명적인 허리케인일 것"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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