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당
‘쌀 시장격리’는 미봉책...“생산장려 그만하고 구조적 초과공급 막아야”
뉴스종합| 2022-10-05 11:39

국내 쌀 생산량은 연간 0.7%씩 감소하는데 비해 1인당 쌀 소비량은 연평균 2.2%씩 줄어들면서 지난해 26만8000톤의 쌀이 초과생산 됐다. 그런데도 지난해 벼 재배면적은 73만2000㏊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 정부 보유 쌀 재고량은 매년 증가해 지난 8월말 기준 112만4000톤을 기록했고, 민간재고는 7월 기준 55만1000톤으로 1년 전보다 26만7000톤 늘었다. 쌀 자급률은 100%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밀과 옥수수는 1% 미만, 콩은 5%~11%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2021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쌀 산업은 구조적인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90년 119.6㎏에서 2020년 57.7㎏으로 30년 사이 51% 감소했다. 쌀이 평년작(521㎏/10a)만 돼도 매년 20만 톤 수준의 초과 생산량 발생하는 구조다.

최근 정부는 올해 수확기 공공비축미를 45만톤 매입하고,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쌀 45만톤을 추가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시행된 수확기 시장격리 물량 중 최대치다.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격리 조치에도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에는 여전히 쌀 재고가 넘치는 상황이다.

농업전문단체 한국즐녁경영체중앙연합회 장수용 회장은 “정부가 시장격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민간 RPC에는 구곡들이 넘치게 쌓여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고 말했다.

한 농업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지난해 쌀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올해 햅쌀을 들일 공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의 경우 직면한 쌀값 불안에 대응하는 임시방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시장격리를 법으로 의무화할 경우 향후 쌀값 하락은 심해질 것이고, 밀, 옥수수, 콩 등 쌀 외의 작물 재배 농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시장격리는 당해년도 쌀 수급 등 시장 상황을 판단해 유동적으로 조치하는 한편, 쌀 산업의 구조적인 초과공급을 완화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태연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쌀 중심의 우리나라 농업 구조를 더욱 심화시켜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시장격리보다는 농지에 쌀 말고 다른 작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쌀 생산 자체를 감소시킬 대표적인 방안으로 과거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논 타작물재배지원 제도’와 현 정부에서 확대하고 있는 ‘전략작물 직불제’를 꼽는다. 두 제도 모두 쌀 외의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를 정부가 지원해 쌀 생산량을 조절하는 대책이다. 차이점은 ‘논 타작물재배지원’의 경우 생산된 작물의 판매 및 처분도 정부가 책임을 지기 때문에 생산 작물 선정에서부터 정부가 개입한다. ‘전략작물 직불제’는 쌀 외의 다른 작물을 생산하는데 농지 면적에 따라 현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농촌소득원개발 특별지구’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지법상 농업진흥지역으로 분류된 농지 면적의 10% 정도를 쌀 외의 작물 재배할 하는 방향으로 지원을 하는 방안이다. 현재 여야는 ‘시장격리 의무화’를 놓고 공방을 주고받고 있지만, 쌀 생산 자체를 조정하는 구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쌀이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다른 작물로 대체하는 제도를 2년 전에 전 정부에서 폐지해서 쌀값 폭락이 온 것”이라고 했고,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쌀값정상화TF 단장은 “콩, 옥수수 등 다른 작물을 심게 해서 쌀의 과잉 생산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환·신혜원 기자

nic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