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취약차주 저축銀·대부업체로 연쇄 이동
뉴스종합| 2022-10-14 11:24

올해 들어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은 10조원 가량 줄어든 반면 저축은행 신용대출은 4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차주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2금융권으로, 2금융권에서 다시 대부업체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시중은행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270조3985억원으로 지난해 말 280조6630억원 대비 10조2645억원(3.8%)이 줄었다.

반면 저축은행 신용대출은 35조3848억원에서 39조534억원으로 3조6686억원(10.4%)이 늘었다. 금리인상으로 전반적인 대출이 축소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상당히 크다.

이는 은행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기 힘들어진 차주들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밀려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경기 하강으로 가계 재무상황이 악화되며 돈 들어갈 일은 늘어났는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시행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은행 문턱이 이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행은 DSR이 40%로 제한되지만, 저축은행은 50%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대출이 가능하다.

이에 3개 기관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금감원 집계 기준 지난해 말 443만명에서 올해 6월 말 451만명으로 8만여명 늘었다.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15%에 달한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5.1%)와 비교해 저축은행의 금리가 3배 높다. 문제는 저축은행에서도 이들을 수용할 여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조달금리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 대출금리는 법정최고금리(20%)로 제한돼 연체위험이 높은 저신용자에게는 금리를 더 높여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신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대출금리는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체 위험이 높은 차주는 대손비용을 금리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2금융권에서도 퇴짜를 맞은 차주는 대부업체로까지 밀려나야 하지만, 대부업계도 저축은행과 똑같이 조달금리는 오르고 법정최고금리는 20%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담보 없이 신용만으로 대출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대부업의 담보대출 비중은 2018년말 32.2%였지만, 지난해 말에는 52%로 높아졌다.

결국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불법사채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신용, 취약차주 중심으로 1금융-2금융-대부업-불법대부업으로 연쇄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정최고금리를 조정하지 않을 거라면, 정부에서 취약계층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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