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G20, 우크라戰·석유 놓고 쪼개져…성명도 사흘 늦게 공개
뉴스종합| 2022-10-17 08:33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12~13일 미국 워싱턴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맞춰 열린 것인데,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기후변화 등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보였다고 블룸버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례와 달리 이 회의 관련 성명이 사흘이나 늦은 이날 나온 데다 성명 곳곳에 회원국간 이견이 노출돼 있는 문구가 있다는 점이 근거다. 재닛 옐런(가운데) 미국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오른쪽)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모습이 보인다. [G20 정상회의 홈페이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러시아가 벌인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근거는 이날 공개된 ‘G20 의장국 요약’이란 성명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를 계기로 G20 재무장관 등이 지난 12~13일 진행한 회의에서 나온 얘기를 정리한 것이다.

통상 이런 회의를 하면 토론이 끝난 뒤 몇 시간 안에 성명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엔 사흘이나 늦게 발표한 데다 내용도 곳곳에서 G20 회원국의 이견이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G20의 올해 의장국인 인도네이시가 이날 내놓은 7페이지 짜리 성명의 초반부터 분열된 G20의 모습이 감지됐다. 성명은 일단 “많은 회원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하고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정당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세계 경제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고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뒷 문장에서 ‘몇몇 회원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식량을 겨냥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G20 회원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제재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한 G20 회원국은 제재가 세계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의 주된 원인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적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12~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제4차 회의를 한 뒤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 측이 16일(현지시간) 내놓은 회의 관련 성명이다. 빨간색으로 밑줄 친 지점을 보면 '한 G20 회원국은 제재가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돼 있는 등 회원국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놓고 분열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G20 정상회의 홈페이지]

이런 성명은 일반적으로 회원국의 합의를 반영한 코뮤니케(공동성명) 형식을 취하는데, 이 요약본의 문구엔 국가 간 현실 인식 차이가 그대로 담겼다.

G20엔 미국·독일·영국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국가가 있지만 중국·인도처럼 입장이 덜 분명한 국가와 브라질처럼 러시아산 경유를 더 싸게 구매하려고 하는 나라도 들어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G20 내 이견은 화석연료와 기후변화에서도 확인됐다. 성명은 ”많은 회원국이 기후변화와 같은 장기적 구조적 도전에 대한 지속적인 조치의 중요성에 주목했다”면서도 “한 회원국은 화석연료 투자의 조기중단을 경고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균형있고 정당한 전환 정책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 산유국까지 포함된 OPEC플러스(OPEC+)와 함께 최근 내린 원유 감산 결정 이후 화석연료를 둘러싼 이견이 이번 성명에서 강조됐다고 했다.

성명은 많은 국가가 자국 통화의 약세로 인해 직면하고 있는 고(高) 인플레이션·부채 부담 증가 등 어려움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 달러화 강세를 거론하거나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강달러를 촉발한 기준금리 인상을 재고할 것으로 촉구하진 않았다.

성명은 “G20 중앙은행은 데이터에 의거하고 명확하게 전달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 긴축 속도를 적절하게 조정해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잘 고정되도록 하고, 국가간 파급효과를 제한하는 데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성명은 또 “올해 많은 통화가 변동성 증가로 크게 움직였다는 점을 인식하고, 2021년 4월의 환율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경쟁적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경쟁적 목적을 위해 환율을 목표로 삼지 않겠다”는 G20의 코뮤니케라고 설명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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