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9시간 뇌수술’ 받으며 색소폰 쥔 환자 사연 “러브스토리 연주”
뉴스종합| 2022-10-18 06:46
탈리아의 한 음악가가 뇌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페이데이아 국제병원]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이탈리아의 한 음악가가 9시간에 걸친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는 와중에 색소폰을 연주해 화제다.

최근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GZ(35)'라는 이니셜로 알려진 이탈리아 국적의 음악가가 뇌에 있는 종양을 없애기 위해 로마에 있는 페이데이아 국제병원을 방문했다.

문제는 종양이 뇌의 민감한 부분까지 퍼졌다는 점이다.

의료진은 뇌 기능을 최대한 손상하지 않고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 GZ에게 각성수술을 제안했다. 각성수술은 환자의 의식이 깬 상태에서 수술하며 특정 활동에 따른 뇌파 변화를 보는 방식이다.

두개골을 절개할 때는 마취하고, 이후 깨워서 수술하는 것이다. 뇌는 고통을 느끼는 통증 수용체가 없어 환자는 깨어나도 고통을 느낄 수 없다.

GZ는 각성 수술에 동의했고, 의료진이 "생활하면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색소폰 연주"라고 했다.

통상 각성 수술을 위해선 환자가 말하기, 기억하기, 숫자 세기, 타인과의 교감 등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색소폰 연주는 이 모든 게 가능했다. 어느 곡을 연주할지 설명하기, 악보를 기억해 연주하기, 박자를 속으로 헤아리기, 관객 반응 살피기 등이다.

GZ는 종양이 제거되는 동안 이탈리아 국가와 영화 '러브 스토리'의 주제곡을 반복해 연주했다.

의료진은 9시간의 걸친 대수술 끝에 GZ의 종양을 성공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수술을 집도한 크리스티안 브로그나 박사는 "수술 중 GZ의 색소폰 연주는 수술에 필요한 '뇌 기능 지도화 과정'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해줘 의료진에게도 매우 유용했다"고 밝혔다.

GZ는 수술 후 별다른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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