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러, 또 꺼낸 ‘식량 무기화’…서방, 곡물 협정 구하기 안간힘
뉴스종합| 2022-10-31 08:38
곡물을 가득 실은 선박이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서 지난 7월 발이 묵여 있는 모습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튀르키예·유엔의 중재로 흑해 곡물 수출 통로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토록 하는 협정에 합의해 곡물 수출에 숨통이 텄지만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지난 29일 협정 탈퇴 선언을 했다. 글로벌 식량 위기가 재차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유엔 등이 다시 러시아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튀르키예(터키)와 유엔이 우크라이나 곡물의 안전한 수출 통로를 보장한 협정을 살려내기 위해 30일(현지시간)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러시아가 이른바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 협정에서 무기한적으로 빠지겠다고 전날 발표해서다.

지난 7월 튀르키예와 유엔이 중재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다음달 19일까지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선박이 흑해 항로를 통과토록 했는데, 석달만에 수포로 돌아갈 위기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우크라이나 상품의 발이 묶이면 식량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이 수출 이니셔티브는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고, 위기는 선의와 대화로 풀 수 있다고 협상 상대방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알제리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출발일을 하루 연기하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 안보 고위 정책 고위대표와 대책을 숙의했다.

러시아가 곡물 협정 이행 중단을 선언한 건 크름반도 내 세바스토폴 앞바다에 있던 선박이 무인 항공기(드론) 등의 공격을 받았고, 이를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봐서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기자들 질문에 곡물 협정 복귀를 명시적으로 배제하진 않았다. 튀르키예·유엔과 곧 접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론 공격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이뤄진 뒤에야 다음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조사 주체가 누가 될진 명확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러시아 고위 관리들이 곡물 협정 갱신 기한을 앞두고 수 주(週) 동안 이를 비판해왔다고 했다. 러시아가 ‘식량 무기화’ 카드를 재차 꺼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지점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선박의 오데사~튀르키예간 안전 통로 통과를 지연시킨다고 지적했다.

곡물 통로는 석달 전 뚫린 이후 세계 식량 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는 약 930만t의 곡물을 수출했고, 덕분에 옥수수와 밀 가격은 올해 초 고점에서 하락했다.

다만, 협정에 규정된 선박의 안전 검사를 위한 대기 시간이 늘어져 수백만t의 곡물을 선적한 200척 이상의 선박이 발이 묶인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라 에티오피아로 가는 밀 4만t을 선적했지만 해당 선박이 이날 항구를 떠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협정 탈퇴 발표 관련, ”기아를 가중시킬 것“이라며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러시아가 주장한 드론 공격은 꾸며낸 것이라고 언급, “약속을 어기고, 협정을 위반하고, 협박하고 위협하는 건 러시아의 일반적인 전술이다. 다음달 중순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앞두고 (협상) 지렛대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협정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빈국에 화물이 충분히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다. 러시아 측은 아울러 자국의 곡물과 농산물이 세계 시장에 대한 동일한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정황을 종합하면 러시아가 자국 곡물 수출을 늘리기 위해 움직이는 것으로 읽힌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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