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판가 지속으로 정유부진 상쇄
SK이노 이익의 48% 담당
S-OIL은 74% 차지
“원료, 수급 등 고려시 4분기도 견조한 마진”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속속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3분기는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축소, 그리고 이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으로 큰 폭의 감익이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실적은 양호했다. 이런 데에는 석유제품 중 윤활유의 선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조7534억원, 7039억원이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조8481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6253억원 감소했다. 대표 부문인 석유(정유) 사업의 영업이익이 2분기 1조9126억원에서 3165억원으로 쪼그라든 결과다. 각국 긴축기조 강화와 중국의 대규모 수출쿼터 발표 등으로 유가·정제마진이 하락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이 2분기보다 808억원 증가한 33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석유사업보다 높고, 전체 이익의 48%를 담당했다. 또 석유 사업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2.0%에 그친 반면 윤활유 사업은 23.8%로 존재감을 뽐냈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70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중 윤활기유가 504억원으로 13.0%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이익 규모도 2분기보다 71% 증가했다. S-OIL은 3분기 511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 중 윤활유가 3767억원으로 74%를 차지했다. 윤활유의 이같은 활약에도 정유부문이 788억원 이익에 그친 데다가 환차손 영향까지 겹쳐 96억원의 순손실을 발생했다.
정유사들의 윤활유 호실적은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 축소 상황에서 수급의 타이트한 균형이 유지되면서 스프레드(제품값-원료값) 개선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윤활유 계열사 SK루브리컨츠의 허정욱 경영기획실장은 컨퍼런스 콜에서 “유가하락에 따른 원가하락, 판가와 수요 견조로 3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냈는데 4분기 이후 수요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탐문 중”이라며 “유가, 석유제품 등 수급 불확실성이 있지만 UCO(윤활유 원료)의 상대적인 타이트함, 수급 등을 고려할 때 견조한 마진 지속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윤활유의 기원은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 시대 건축물 축조에 올리브 오일이 사용된 게 윤활유의 시초라 보는 해석이 있으며, 전차 시대에는 바퀴 축에 동물성 지방이 수지가 사용됐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윤활유는 표면과의 마찰과 부식을 방지하고 열 발생을 방지하며 최근에는 하중분산, 세정, 밀봉, 방청, 절연 등의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윤활유는 성상에 따라 크게 ▷액상 윤활유(광유, 지방유, 합성유) ▷반고체 윤활제(그리스) ▷고체 윤활제(MoS2 등) 등으로 나뉜다. 용도에 따라서는 ▷운송기관용(엔진오일 등) ▷산업기계용(터빈유 등) ▷선박용(실리더오일 등) ▷금속가공유(절삭유 등) 등으로 분류된다.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