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남자라고 현장직 발령 받았다”…오봉역 사망사고 유족의 호소
뉴스종합| 2022-11-09 18:59
8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선로에 시멘트 열차들이 멈춰서 있다. 코레일은 지난 5일 발생한 인명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오봉역 인근 대형 시멘트사들의 열차 운행을 당분간 중지시켰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 30대 직원이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작업 도중 화물 열차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직원의 여동생이 “사무직으로 입사한 오빠가 현장직으로 부당하게 투입된 후 사고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지난 5일 오후 8시37분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작업을 하던 A씨(34)가 화물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 사고로 중앙지방고용노동청에서 부분 작업 중지 명령서가 발부됐고, 이에 따라 오봉역에서 출발 또는 도착하는 시멘트 열차의 운행이 중지됐다.

해당 사고와 관련해 지난 8일 네이트판에는 ‘코레일 오봉역 사망사고 유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자신을 숨진 직원의 여동생이라고 소개한 작성자 A씨는 “2018년 코레일 입사 당시 오빠는 사무영업으로 채용됐다”며 “그런데 수송 쪽으로 발령이 된게 너무 이상했다”고 했다.

이어 “남자라는 이유로 채용된 직렬과 상관없이 현장직으로 투입된 부당한 상황이었지만 힘들게 들어간 회사이기에 어느 신입사원이 그런걸 따질 수가 있을까”라며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오빠와 같이 입사했던 동기 한 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저와 부모님은 (오빠가) 그런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매우 놀랐고, 당장 나오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며 “당시 같이 입사했던 동기들 중 대다수가 그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역으로 급히 떠났다고 전해 들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8일 네이트판에는 ‘코레일 오봉역 사망사고 유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네이트판]

A씨는 “오빠도 많은 고민을 했지만 본가가 서울이 아닌 부산이기 때문에 어딜 가도 타지인건 마찬가지였고, 많은 선배들이 ‘여기서 조금만 더 있으면 원하는 역으로 갈 수 있다’고 회유해 조금 더 남아있겠다고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오빠는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안전사고 관련해 많이 개선이 되었기 때문에 괜찮다고만 했다. 그 얘기를 그냥 믿은 저희가 미친 것”이라고 후회했다.

A씨는 “(오빠가) 항상 부산 본가를 오면 다리가 아파 죽겠다고 했다. 발목 염증은 사라질 날이 없었고,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처와 멍들…자갈밭을 매일 1만보에서 2만보를 걸어다닌다고 한다”며 “저희 오빠 어제 생일이었다. 오빠 낳느라 고생한 우리 엄마 선물 사서 부산 온다고 신나게 전화했던 오빠가 전화 끊은지 3시간도 안 돼서 싸늘한 주검이 됐다”고 했다.

A씨는 국토교통부 측이 사건 공론화를 제지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자 철도경찰 측에서 “유족분들 흥분하지 마시고 글을 쓰는건 자제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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