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스公·지역난방公·KIAT 등 전직 국회의원 출신 선임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공기관의 낙하산 금지를 표명해놓고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공기업 수장들이 정치권 인사 또는 선거 캠프 출신들로 채워져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관련부처·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 전 의원을 가스공사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다고 공사 측에 통보했다. 이로써 가스공사 신임 사장에 최 전 의원이 내주 이사회, 내달 초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최 신임 사장 내정자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에서제20대 국회의원과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고,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을 지내는 등 공공기관장 경력이 있지만, 에너지 분야에서는 비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최 내정자는 1차 공모 당시 에너지 관련 이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했지만, 정부는 남은 후보 가운데 적임자가 없다며 사장 후보자를 재공모하라고 결정한 끝에 결국 최 내정자가 자리를 맡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열어 정용기(60) 전 자유한국당 의원을 새 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정 신임 사장 내정자는 대전 대덕구청장을 거쳐 역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에서 19대·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여권 인사로,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 캠프 출신이다. 정 내정자도 에너지 분야 관련 경력은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 9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제5대 원장으로 취임한 민병주(63) 울산과학기술원(UNIST) 원자력학과 초빙교수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의 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출신이다. 제20대 총선에 대전 유성구갑에 출마해 낙선한 바 있다. KIAT의 경우, 산업관련 연구개발(R&D)예산을 나눠주는 기관으로 산업전반의 이해도가 절실한 기관이다.
지난 9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으로 취임한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과 경기고 동기동창(71회)이다. 황 전 교수는 최 의원이 감사원장이던 시절 월성원전 1호기 감사에 조언을 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또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최재형 후보 캠프에도 참여했다.
관가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내세워놓고 관련 경력이 전무한 정치인들을 투하하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잇달아 에너지 공기업 수장 자리를 차지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현재 에너지 수급·가격 안정이라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공기업 사장 자리에 비전문가 정치인 출신이 줄줄이 임명되는 것은 부실한 정책으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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